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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가는 날/중국 (상해, 홍콩)

[중국 상해] 상해, Rock & Wood Youth Hostel (2014.10.03)


잠시 다른 이야기. 

초등학교 때 쯤이니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할머니할아버지 댁을 가기 위해 설날에 내려가던 중이였다. 아니, 올라오던 중이였나? 그때는 KTX도 없었고, 고속도로도 지금과는 달랐던 것 같다. 서울에서 할머니할아버지 댁까지 보통 때도 6시간이 걸렸었다. 

설이나 추석은 10~20시간 이상 예상해야했다. 새벽 시간을 노리거나 다들 빠졌을거라고 예상되는- 하지만 또 너무 늦으면 안되는 '적당히' 느지막한 시간에 출발해야했다.

그런데 그해 설에는 눈이 엄청왔다. 도로는 다른 설이나 추석 때보다 훨씬훨씬 더 정체되어있었다. 총 몇 시간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20시간 정도 기어가다가 결국은 중간 어디쯤 숙소에 들어가서 하루 밤을 자고 다음 날 다시 출발할 정도였다. 어디선가 웃긴 사진이라고 떠도는 걸 추억 돋아서 짤줍한 사진인데, 요기에 눈이 잔뜩 쌓여있으면 딱 그때 풍경이였다.

 

  

운 좋게 휴게소를 들어갔는데, 독일인 두 명이 있었다. 어쩌다 말을 트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한국에 관광을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우리는 가다가 숙소를 찾아 하루 묶고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같이 따라가면 안되냐고했다. 그 애처로운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이다. 어린 나이에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는 일이였다. 왜 하필. 설에. 한국에. 왔냐며. 여행 전에. 사전 조사도. 안하냐며. 혼자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이건 뭐. 무려 '중국'의 민족 대이동 기간인 국경절에 맞추어 상해를 가다니. 내가 할말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국경절뿐만이 아니였다. 아시안 게임 종료 후 보안 강화와 개천절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공항은 그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 인태산인태평양 정도되어야 맞는 표현이겠다 ㅠ

 

사진으로는 실감이 안나는데, 요 라인은 앞에 보이는 게이트로 들어가는 줄이 아니라 저저저저 한 세 칸쯤 앞에 있는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줄이다. 예를들어 1번 게이트에서 쭉~ 이어지는 줄, 2번 게이트에서 쭉~ 이어지는 줄~ 그렇게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겹쳐진 줄들이 여러 개라 사람들은 그 끝을 찾다가 패닉에 빠지곤 했다. 여기가 어디야~ 이게 뭐야~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다행인 것은, 같이 간 친구들의 성격이였다. 당연히 힘들고 (면세 쇼핑하고 싶은 마음에 일찌감치 출발했던 마음을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이였겠지만, 아무도 짜증내지 않았다. 누구를 탓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괜히 서로 미안할 수도 있는 - 아, 다른 날 갔어야했는데! 하는 아쉬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어느 줄이 조금이라도 빨리 줄어들까 눈치를 보며 깔깔댈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ㅎㅎ

 

시간이 없어 탑승구 가까이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더니 옵션이 많지는 않았다. 햄버거(맛없음 ㅋㅋ)를 먹고 탑승하였다. 등받이에 영상도 없고 하여 바로 자버렸다. 

 

 

 

공항에 내려서 바로 Maglev를 타러 갔다. 비행기에서 내려 꽤 걸어야하지만 이정표가 계속 이어져있어 찾기쉽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편도는 50 위안, 왕복은 80위안. 우리는 3일 후 돌아가는 일정이므로 왕복으로 구입) 검색대에 가방을 통과 시키고 개찰구를 지나 들어 간 후에 기차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상해를 여러 번 가고 Maglev를 여러 번 탔는데 기차는 안 보이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서 있는 플랫폼 아닌 플랫폼이 어색해서 직원에게 여기 Maglev 타는데 맞는지 또 물어봤다. 기차가 들어올 때 되어서야 직원이 기차를 타러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의 입구를 열어준다. 기차는 넓고 깨끗한 편이다. Maglev 안에서 여행가방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셀카봉을 꺼내들고 본격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Maglev는 롱양루역 (Longyang Road)까지 이어진다. 이곳에 내려 지하철을 갈아탔다. 룽양루역은 온통 한국배우 박해진이 나오는 광고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이때는 초반이라 반가운 마음에 사진도 찍어두었지만, 그 이후에는 그려러니 하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인 예원에도 온통 전지현 사진이였다.

 

 

 

숙소인 Rock & Wood Youth Hostel은 연안시루(延安西路, West Yan'an Road)역과 중산공원(中山公園, ZhongShanPark Station)역에 내려서 갈 수 있는데 롱양루역이 2호선이기 때문에 2호선인 중산공원에서 내리기로 하였다.

 

중산공원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꺾어 쭉~~~~~~~~~~~~~~걸어가면 된다. 

Rock & Wood Youth Hostel의 홈페이지에 설명되어있기를 시간으로는 10분, 거리로는 2블럭 정도 걸으면 Gas station이 보이고, Gas station이 보이면 왼쪽으로 꺾어주면 된다고 하는데 Gas station을 찾기까지 꽤 걸어야해서 중간중간 불안한 마음이 든다. 게다가 Gas station이라는 단어에서 기대되는 위용있는 모습이 아닌, 매우 작고 눈에 띄지 않는 station이다. ㅎㅎ 과연 중국답게 아무도 신호를 지키지 않았다.

 

 

 

  

Rock & Wood Youth Hostel는 8인실 기준으로 1박 10달러 뿐이 안한다. 철제로 된 2층 침대는 위나 아래 중 누구라도 뒤척이면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 쉬운데 나무로 된 단단한 침대라서 좋다. 하얀 시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청결함에 대한 자신감으로 느껴진다랄까. 

우리는 셋이 같이 간 김에 전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방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1박 22달러 x 2인기준 44달러이고 사실 인원 수를 체크하지 않지만 편하게 있자는 마음에 1인 더 왔다하고 얼마간 더 냈다. 

 

 

  

방을 입장하자마자는 (2년 전 방문 때에 혼자 감탄하게된) 뽀송뽀송한 느낌이 아니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에어컨을 키니 금방 상쾌해졌다. 방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침대가 넓어 좋았다. 이불을 하나 더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가져다주었다.

 

거창한 침대 틀은 캐노피가 달린 것도 아니고 무슨 용도일까 궁금했는데, 이틀째 되는 날부터 우리의 옷과 수건 걸이가 되었다 ㅎ 

 

 

 

나무로 된 옷장, 나무로된 책상, 은은한 조명도 좋았다. 한 번도 켜지는 않았지만 TV까지 구비되어있으니 가격대비 괜찮은 것 같다. 

화장실에는 수건과 헤어드라이기가 준비되어있었다. 수압과 물의 온도도 적절했다. 

 

  

  

사실 호스텔을 선택한 것은 각지에서 여행 온 사람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던 것도 있었는데, 기간이 짧아서인지 로비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다. 조금 아쉽긴하였지만 그만큼 알차게 돌아다녔던 걸로 생각한다.

 

호스텔을 선택할때는 호스텔 사이트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거 위주로 선택하는데, 한참 1위였던 Rock & Wood Youth Hostel였건만 지금은 Shanghai Bund Serviced Apartment에 밀렸다. 사진을 보니 꽤 멋있는 것 같은데, 호스텔이라기보다는 레지던스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젊은 배낭객 또는 개인/소수 여행객이 머무리기에 Rock & Wood Youth Hostel이 여전히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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