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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나 쉬는 날/잡담

[벼룩시장] 꽃 가게 아가씨 체험 @상암월드컵 경기장 '마켙'

지금은 절친이 된 전직장 동료-동생 이모양이 주말에 꽃을 판단다.

웬 꽃? ...판다고?

"남대문 시장에 새벽 5시에 가서 꽃을 살거야~ 그거 포장해서 벼룩 시장에서 팔게~"

 

푸핫

실소와 함께 느껴지는 부러운 감정

 하하  

 

재미지게 사는 방법은 참 많은 것 같다. 무엇이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지 몰라서 그렇지, 알고보면, 새로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은 참 많다. 

 

유럽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건 거리시장이었다. 우연히 내가 가는 길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특별히 무엇을 꼭 사야겠다는 마음이 없어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알뜰한 소비를 위해서는 구매 리스트에 없는 것은 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지만, 벼룩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물건을 사는 것이 제 맛이 되는 느낌이랄까,,,봉인 해 

 

무엇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거나, 여러 유통라인을 거쳐 온 물건들보다 가지고 나온 사람이 직접 만든 물건 또는 먹거리들이 많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에도, 서울에도 그런 거리 시장이 있는지 미처 몰랐는데, 동생이 보낸 사진을 보니 제법 그럴싸했다.

 

하여, 6월 28일 두 번째 시장에 놀러갔다.  

  

 

 지난 주 시장에서 인기가 많아 잔뜩 떼온 수국은, 한 참 동안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사람들은 와, 예쁘다, 수국인가봐, 조화에요? 생화라고? 어머 어쩜 이렇게 예뻐, 했지만, 영화를 보러, 쇼핑을 보러 가는 길이라 선뜻 들고 가기 어려워했다 ㅎㅎ

 

 

 

하얀 수국을 종이에 싸니 아이스크림 같다며, "아이스크림 사세요~"

 

망연자실하는 동생을 두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나서자마자 특템한 구두. 오른쪽 살구핑크 구두 단돈 1만원에 득템! 게다가 내가 개시 손님이라니 >w< 괜히 뿌듯했다. 

 

중고 옷 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앞치마, 에코백 등도 있고, 밤새 만들었을 것 같은 팔찌, 귀걸이 등의 악세사리, 향초, 마타롱 등도 있었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선물 상자 ㅎㅎ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은데 선뜻 손이 가진 않았다. 작은 나무 받침대 위에 하나하나 정성들여 올려놓고 계셨던 것은 병뚜껑에 생화를 넣어 만든 자석이였다. 

 

한켠에 놓여진 정체모를 피아노도 있었다. 

 

 

캐리커처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캐리커쳐. 액자에 그려진 그림을 보니 누군지 딱 알겠어서 + 5천원밖에 안해서 그려보았다. 간판에 그려진 꽃 아저씨와 똑같은 옷과 모자를 쓴 (아저씨라고 하기엔 젊은) 청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빠르게 그려준다.

자신의 귀를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있으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막상 시작하니 초민망해서 안절부절했다.ㅋㅋ "사실적으로 그리지 마시고 미화해주세요 ㅋㅋ"네 그 정도 서비스는 해드립니다ㅋㅋ 원래 모든 예술은 사기죠"

 

먹거리

일본 청년들이 팔았던 문어, 게, 새우맛 타코야끼. 인기 폭발이여서 번호 표를 뽑고 엄청 기다려야했다. 우리도 맛있길래 두 번 사먹었다. 떡볶이와 핫바도 먹었다.

 

 

 

한켠에는 동네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놀고 있었다. 어디선가 맥주를 사와서 시장에서 파는 먹거리와 맛있게 드시고 있었고. 느지막한 저녁에는 작지만 신나는 공연도 이루어졌다. 리듬을 타며 엄청 열심히 북을 치던 공연단이였다.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다.

    

 

특히 가족이 산책을 나와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것저것 호기심있게 들여다보는 꼬마아이들이 귀엽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템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장사는 쉬운일이 아니였다. 긴 시간을 앉아, 서서, 돌아다니며 부지런을 떨어야된다. 나중에는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서로에게 힘을 주었다. 

 

꽃은 5~6시쯤  갑자기 많이 팔리더니, 잠시 주춤, 그리고 늦은 저녁에 다시 다 팔렸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 혹은, 커플들이 사갔다.  

 

꽃을 먼저 사갔다가, 여자친구랑 같이와서 관리하는 법을 물으러 다시 온 커플은 싱글싱글 신이난 모습이였다. 지난 주에 꽃을 사가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또 사간 사람들도 있었다.

 

그 날 다 팔리지 않으면 재고 처리가 어렵겠다, 꽃을 예뻐하기는하는데 들고다니기 힘들까봐 못 사나봐~하며 하루종일 도와주는 척, 옆에서 간섭을 하였는데, 막상 사람들이 사들고 가며 들떠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에 꽃만한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시장은 10시에 마감했다. 꽃을 판 친구들과 감자탕을 먹으러 갔더니, 하루 열심히 벌어서(사실 거의 원가로 파는 바람에 돈은 거의 못 벌었지만 ㅋㅋ) 맛있는 식사를 하는 ㅎㅎ정말 장사하는 사람이 된 느낌이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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