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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나 쉬는 날/잡담

[영화제] 예술쩌리의 영화제 체험_@이수역 제13회 미장센 단편 영화제 with 절대악몽


세상엔 예술가도 매니아도 많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주고 받고, 느끼기 어려운 감정들을 쉽게 공감하고, 미처 생각치 못한 심리를 깊숙한 곳까지 파헤치고 표현하고 논하는 자리도 많다. 반면 나의 취미와 취향은 가볍고 지식은 얄팍해서 그러한 무리에 끼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단편 영화제에 참여하게되었다.

 

제 13회 미장센 영화제 

미장센이 프랑스어로 영화와 관련된 의미가 있나보지? 했는데, 영화 시작하기에 앞서 나오는 미장센 광고를 보고 당황하였다. 어라, 미장센 기업에서 후원하는거라 미장센 영화제구나, 그렇다면 미장센은 무슨 뜻이지?

무대 위에서의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 장치, 조명 따위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 (사전)

'장면(화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라는 뜻의 프랑스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은 그동안 유럽에서 우리말의 '연출'에 해당하는 연극 용어로 쓰여져 왔다가,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을 생각해내고... (네이버 지식백과)

영화와 관련된 용어 맞구나. 하하 

뭣도 모르고 도착한 영화관(이수 아트나인)에서 영화제는 제법 활발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감상한 영화는 절대악몽2 - 한국 관광, 어느날 갑자기, 더러워 정말, 호산나였다.

 

 

 

요새 안그래도 매일 같이 악몽을 꾸고 있는데 ㅋㅋㅋ 악몽 소재거리만 더 생기는거 아닌가 ㅋㅋ

걱정 반의 반, 호기심 반의 반, 기대 반의 반, 망설임 반의 반을 안고 상영장에 들어갔다. 

밖에 비치되어있는 상영시간표를 보니 오예 매진이다. 내가 볼 예정인 절대악몽2에 매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예술쩌리의 스포를 배제한 감상-이라기보단 일기에 가까운 그냥 내 생각, 그냥 내 느낌, 그냥 내 주절거림.

 

호러라고 해서 혹여 토막내고 찌르고 그러는건 아니겠지?ㅠ 했는데 전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스토리와 메시지가 있어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급 호러였다.

첫 번째 영화 [한국 관광]은, 흑백화면, 겨울 배경으로 만들어진 차갑고 잔혹한 분위기 속에서 중얼거리듯, 투덜거리듯 주고 받는 (인상이 매우 다른) 두 배우의 대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말그대로  '조금' 이상한 동생의 허공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 연기와 내뱉는 듯한 말투는 선듯 소름이 끼치기 보다 느리고 묵직하게 저려오는 듯한 느낌이여서 더 호러였다.

두 번째 영화 [어느날 갑자기]는 오르골에서 흘러나올법한 선율과(아놔 내 귀가 막귀라서 피아노나 다른 악기 음악이였으면 어쩌지) 동화같은 화면, 상큼한(?)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이상하다 ㅋ 주인공의 단짝 친구의 같은 반 친구로 인해 간혹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들이 있지만, 결말이 잘 이해가 안된다...흠.

세 번째 영화 [더러워 정말]는 상황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목덜미를 바라보는 장면, 두 팔이 닿을랑 말랑하는 장면 등으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구나. 어쩌면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감정을 묘사하기 훨씬 어렵지만 그래서 더 잘 전달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고등학생 연기를 한 배우가 밖에 앉아있었다! 배우를 보았다!!

네 번째 영화 [호산나]는 어떻게 보면 4개 영화 중 가장 하드코어였다. 주인공 소년의 치유 능력은 구원일까 저주일까-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아니지, 소년이 문제가 아니지, 그 주변의 어른들 자체가 저주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마치 극한의 사항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결론을 보여준 각종 실험들에 대해 느꼈던 반발심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보니 조금 다른 이야기 같아서 이 감정과 생각을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굳이 말해보자면) 그러니까, 나는, 극한의 사항이라는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놓고 그것에 대한 반응을 인간의 본성 = 즉, 악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을 반대한다. 뜨거운 불을 가져다 댔을 때 피한다고 '겁쟁이' 본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듯이? 물건을 외압으로 구기거나 부숴놓고 그 물건의 망가진 상태가 실체라고 하지 않듯이, 극한의 사항일때는 말그대로 극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본성'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마치,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고하며 악한 사람이 악한 선택을 하게끔 핑계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할까나...? 아 내가 말하면서도 어려워ㅠ

이 영화에서도 어른들이 소년의 구원 능력을 저주하지만, 그때마다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건 소년의 구원 행위가 그것을 반복하게끔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의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그 사람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라는 답을 찾기보다는, 왜 그런 사람들이 그려진거야?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나 할까나...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은 단 일 명도 없지만, 굳이 편가르지만 소년의 편에 서겠다.

 

우려했던데로, 예술쩌리에겐 쉽지 않은 영화들이였다. 의아한 장면들과 확신이 안서는 결론들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영화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는 의문이 남지만, 다양한 이야기와 방법으로 그것을 표현하고자했던 감독, 배우 등의 영화를 하는 사람들의 창작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전혀 다른 얘기를 보고 듣고 온 것일지라도....

...

 

남은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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