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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가는 날/2018년 방콕-치앙마이

[태국 방콕] 첫 날, 공항에서 Hyatt Place Sukhumvit 호텔까지

작년 10월 홍콩 출장 일정이 후배의 여름 휴가와 딱 하루 겹쳤다. 

호텔 클럽 라운지에서 한 잔한 우리는 단톡방에 그룹콜을 걸어 우리끼리 해외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다며, 다같이 해외여행하자며 설레발을 치다가 10시 조금 못 넘어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 다음 해 2월 여행 일정과 장소가 정해져있었다.

설 낀 연휴, 방콕.


방콕은 2005년 엄마와 2006년 친구와 2017년 출장으로 다녀온터라 굳이 또 가고 싶은 곳은 아니였지만, 

다같이 갈때는 장소보다 사람이 중요한거니까.

여럿이 모이면 한 두명은 취향과 위시리스트를 포기해야하는거니까.

그러자고 하였다. 


2006년에도 친구 일곱 명이 같이 가기로 했다가 두 명만 남았듯이

이번에는 여섯 명이 같이 가기로했다가 셋이 남았다.

중간에 나도 무수히 여러 번 고민했으니까. 이해해야지. 

그러나 여행은 한정된 돈과 시간을 들이는 일이니까. 

양보는 최소한 하고 싶다.


어찌됐든. 그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요일 저녁 7시30분 비행기라, 7/4 (7시 출근, 4시 퇴근)를 신청했다. 


거의 일년만에 젤네일과 패디도 하였다.

네일은 태국 국기를 모티브로, 패디는 보라색 꽃무늬를 넣었다.

패디가 너무너무 예쁜데 발가락이 부끄러워서 자랑을 못해서 아쉽다>-<


 

출발 당일.

공항에 겨울 코트/패딩을 맡기는 서비스가 있지만, 왠지 아깝게 느껴졌다.

털 달린 롱패딩을 입고 출근하면서 가방에는 라이트 다운을 챙겨왔다.

꽃무늬 원피스에 레깅스를 입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여 구두를 갈아 신었다.

오랜만에 발등이 드러난채 구두를 신고 있었더니 

팀 사람들이 하반신은 이미 태국간거 아니냐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하루가 금방 흘렀다. 

헤라 블랙 쿠션을 25호 엠버를 사용하고 있던 것을 알고 깜짝 놀라 15호 로제 아이보리를 주문해뒀는데

시간 맞춰오지 않을까봐 조금은 노심초사하며,

면세점에서 혹시나 더 살 것이 있지 않을까 들여다보며, 

다른 때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맛집, 관광 정보들을 간간이 검색해보며. 

돌아와서 허덕대며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일처리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4시가 되어 땡퇴근을 해야하는데, 화장품을 챙기느라 5분 정도 늦었다. 

그것이 나비 효과가 되어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그리고 횡단 보도를 놓쳤다. 그리고 공항 버스도 한 대 놓쳤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아 라이트 다운으로 충분했다. 

버스도 막히지 않아 5시 반이 되기 전에 공항에 도착하였다.

설 연휴라 공항에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적했다.

 

1) 써니뱅크로 신한은행에서 환전 예약한 바트를 찾고, 

2) 체크인을 하고 (이번에 예약한 제주항공은 모바일 체크인이 가능한데, 계속 오류가나서 체크인이 안되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웹체크인 라인으로 바로가서 내가 원하는 좌석과 오류를 설명하고 바로 도움을 받았다.)

3) 유심을 찾은 후 (유심스타, 7일 데이터 무제한 유심 4800 + 공항배송비 3000원)

4) 짐 검사를 마치고 (올림픽 때문인지 겉 옷과 신발까지 벗고) 

5) 출국 심사를 한 후 (자동 출입국 신청이 되어있지만, 지문이 잘 읽히지 않아 맨날 빠꾸 당한 경험 + 사람이 별로 없길래 일반 심사를 받았다)

6) 면세점을 구경하다가 (이어폰을 사고 싶어 롯데 상품권을 잔뜩 들고 갔는데, 터미널1에는 롯데 면세 전자 제품이 없다고 하여 좌절하고)

7) 저녁을 먹고 with 맥주 (라그릴리아에서 김치치즈도리아와 맥앤치즈를 먹고 버드와이즈를 마셨는데 엄청 비쌌다!)

8)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탑승했다.


(동행은 제주항공 외투보관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너무 멀었다고 한다.)

 

 


제주 항공은 대한 항공에 비해 아무래도 좁았지만, 6시간 정도는 견딜만하였다.

알이탈리아 항공은 추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더웠다.

기체가 작아서 그런지 많이 흔들리고 소음이 커서 준비해간 동영상을 보는데 어려움이있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면 되려나ㅜㅜ)


밤 11시 45분 도착 예정이였던 비행기는 12시 30분 가량 도착하였고, 

짐을 찾고 택시를 잡아 호텔을 향하는 길에 확인한 시계는 1시를 훌쩍 넘겼다.

공항에서 타는 택시는 50바트를 추가로 받더라며 먼저 도착한 동행이 이야기해주었는데,

좌석 뒤에 써있는 팻말에 의하면 75바트 (뭔지 모르겠음) + 50바트 = 총 125바트가 추가될거란다.

미터키를 켜지 않은 운전사는 말투와 표정만은 친절함을 잃지 않으며 어쩌구저쩌구 호텔까지 총 500바트라고 하였다.

강하게 싸워서 조금이라도 깎을 것인가. 그냥 넘어가줄것인가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하였다.

인천에서 공항 가는 요금 (5만원)을 생각하면, 심야 할증에, 통행료 등을 포함한 15000원은 싼거니까.

난 휴가 온거니까. 릴렉스 릴렉스


동행이 예약한 숙소는 Hyatt Place Sukhumvit. 생긴지 얼마 안됐다고 하였다.

- 방콕 여행을 다니는 동안 택시 기사분들이 호텔을 잘 몰라 Hilton 근처라고 설명하며 찾아갔다.

-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음!


먼저 도착한 동행들이 초밥과 맥주를 웰컴드링크라고 준비해두었다.

6박 6일에 가까운 일정을. 덕분에 6박7일로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



동행이 씻는 동안 주섬주섬 그림을 그려보았다.

작년 유럽 여행 때 들고 갔다가 새 것 그대로 가지온 스케치 북과 펜을 다시 챙겨왔다.

여행 전 날, 아무래도 안 그리겠지? 싶어 다음 날 일어나서 빼야지, 했는데 결국엔 들고 왔다.

정말인지 자신없었는데, 손 가는 대로 그려보기로 하고 실수하거나 틀려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똥망해도Go)  


어릴 때부터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했는데, 날짜와 요일을 세로로 나란히 적다가 줄이 삐뚤어 보이면 새로이 다시 적으며

날짜와 요일을 쓰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다이어리 첫 장에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참을 스트레스 받다가 종이를 찢어버리곤 했다.

필기를 옮겨적으며 공부하려다가 첫 문장만 여러 번 쓴 적도 있다.

일종의 강박 장애로 느껴졌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못 그리는 그림. 다시 그려도 마찬가지일거야.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기. 찢지 말기. 계속 그리기. 


 

그리고 그 시도는 대충 성공했다.

가령, 가장 면저 비행기에서부터 읽은 노란색 책, [보통의 존재]를 그리는데.

사이즈 가늠이 안되어 책 제목을 쓰고 나니 책 표지에 있던, (그리기 쉬울 것 같아서) 꼭 따라 그려보고 싶었던 의자 세 개를 그릴 공간이 없어서 책 밖에 그렸다.

머리 맡에 있는 조명을 그리기 위해 반원을 아래로 휘게 그렸는데 (내가 아래에서 쳐다보는거니까) 위로 휘는게 맞겠구나 싶어 다시 그리고는 수정된 부분이 보이지않게 새까맣게 덧칠해버렸다ㅋ 

크기와 비율을 처음부터 무시했던 것은 아니였다. 20컬러 펜 세트를 펜 하나 하나 그리다보니 혼자 엄청 커져버렸다. 각각의 사물을 독립시키기로 하였다.

누워서 그림 그리는 나의 모습을 그려놓고나니 제대로 망연자실할 수준이였는데, 

마치 하늘을 나는 포즈이길래 기왕에 새도 그리고 구름도 그리고 해도 그리고 바람도 그려버렸다.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려드리기 위해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좋다며, 맨날맨날 보내달라고 하신다.

나는 뛰어난 그림 실력은 없지만 격려해주시는 엄마와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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