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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가는 날/2018년 방콕-치앙마이

[태국 치앙마이] 둘째 날, 올드 타운 & 님만해민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계란과 후라이팬, 시리얼과 토스트...도 있었나, 아무튼 이제껏 본 조식 중에 제일로 빈약한 조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냥 제공하지 말지, 번거롭지 않았을까 싶었다. 

기대했으면 실망했겠지만, 태국은 맛있는 곳이 많으니까, 밖에서 맛있는거 먹어야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여행은 어차피 조금 어그러지는게 맛. 이럴 때 내 마음의 긍정을 발견하고 조금 더 즐거워지기도 한다.   

       

다시 올라가서 씻고, 준비하고 나오는 길. 전 날 한 번 나온 길이라고 조금 익숙해졌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하나가 제안하길, 늘상 가던 길도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하고 평소 지나치는 빌딩, 나무, 꽃들을 다시 보면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실제로 여행하는 길도 두 번째로 나설땐 적응이 되는 느낌이지만, 그 익숙함에 은근한 뿌듯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항상 다니는 길에서 느끼는 따분함이나 무관심과 다른 것 같다. 

그러므로 역시 새 길이 좋은 것인가....ㅎ-ㅎ    


  

  

  


치앙마이 골목에는 커-다란 개들이 많다. 처음에는 흠-칫 놀랐는데 치앙마이 날씨만큼이나 나른한 아이들이였다.

방콕을 돌아다닐 때 같이 있던 친구가, 이곳에 와서 자동차 경적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고보니 도로는 놀랄만큼 조용했다. 서울, 상하이, 홍콩 등 대도시에 갔을 때 경적소리는 신경질적이였고, 꽤나 스트레스를 줬었다. 찢어질듯한 소리가 준 스트레스만큼 지금 이 고요한 순간이 같은 크기의 행복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가 말하기 전까지 미처 의식도 못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커다란 개를 보고 놀랐다가, 순한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가족 카톡방에 사진을 보내고는 이 동네는 커다란 개가 많아서 엄마는 못 오시겠네요. 했다. 전날, 아빠가, 치앙마이에 도착했다는 내 카톡에 치앙마이는 월 80만원이면 생활할 수 있다고 하던데 부동산 값과 (엄마가 탁구를 칠 수 있는) 탁구장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엄마는 생각도 안하고 계실텐데...싶어 웃음으로 떼웠던 순간에 다시 개 핑계를 대보았다. 

"개들도 사람 닮아 괜찮을거야. 치앙마이 사람들은 화낼 줄도 모른다더구나. 그런 세상이 있겠냐만은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라고 답이 왔다.  


  


Overstand Coffee

구글 지도에 breakfast를 검색하고, 평점 높은 곳으로 filter한 후 그 중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아아, 그 전에 Morning Glory Thai Vegeterian이라는 곳을 먼저 찾아갔는데 쿠킹 클래스를 하고 있어서 못 들어갔다.


아무튼,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morning pizza였나, breakfast pizza였나 아무튼 아침용 피자 메뉴가 있길래 주문하였는데 세상에 노트북만한 피자가 나왔다. 같이 주문한 커피와 먹고도 한 참이 남아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먹었다. #모닝비어


  

  

  


  


이 곳에서 점심 시간이 지나도록 있었다.  

친구들과 카톡으로 수다도 떨고, 방콕 1일차 일기도 썼다.

바람, 햇살, 맥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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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를 검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치앙마이를 장기 여행으로 가는 것 같았다. 치앙마이 한달살기, 가 연관검색어였다.

개인적으로 다시 가고 싶을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 앉아 있던 순간만큼은 내가 장기 여행자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랬다면, 하루 종일 앉아 있을텐데. 날씨가 아까워서, 치앙마이가 아까워서 엉덩이를 들고 시장을 보러 가진 않았을텐데,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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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orot 시장

망설이다 몸을 일으켜 찾아간 곳은 Warorot 시장이였다.

시장을 찾으러 가는 길에, 유럽인으로 보이는 사내 두 명이 운동화가 멋있다며 졸졸 쫓아왔다. 푸흣 유럽 브랜드인데, 유럽 취향 디자인인 것인가 크ㅋ 재작년 유럽 여행 때도 유럽 애가 예쁘다며 어디서 산 것이냐고 따로 물어봤던 운동화였다. 안되겠다, 아껴신어야겠다, 이번 여행 길에 특히 더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몇 번을 들여다봤는데 이번 여행에서 쭉 찢어진 운동화...이기도 한...내가 좋아했던 운동화...흑

시장은 크고, 물건이 다양해서 구경할만했지만, 살만한 것이 많지는 않았다. 조카에게 선물할 원피스 하나 득템하고 구경만하다가 왔다.


  

  

  


동행과 함께하는 여행도 좋고 혼자 하는 여행도 좋다. 둘다 가능하면 더욱 좋다. 양해를 구할 수 있는 동행이면 일부 시간은 혼자 보낸다.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방향만 정하고 하염없이 걷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히 사물을 관찰하기 위해서이거나 사색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그런 마음이 들면 멈추어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마냥 걸으면서 발바닥과 종아리의 통증을 즐긴다.


    

강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여러 개 걸었는데, 독특한 철구조로 된 다리라 문득 지도를 위치를 확인하니, 

Iron Bridge (Sapaan Lek)란다.


  


그리고 야시장의 빈 공터와 민트색의 이슬람 모스크도 지나갔다.


  


Banviang Coffee

Banviang Coffee 역시 돌아다니는 길목에서 가까운 곳 중 평점이 좋아 찾아간 곳이다.

코코넛 스무디를 주문하였는데, 시원하고 맛있었음.

여기서도 한국에서 왔는지를 제일 먼저 물어봤다. 한국, 오, 한국.

원래는 코코넛 스무디 한 잔 만드는데 15분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7분이면 만든다며 자랑하셨다.


  


  

  


다시 길을 걷다가 코끼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내주려고 찍어둔 사진.


  


핑강 근방 레스토랑 중에 The Service 1921 Restaurant & Bar라는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었는데, 

아침에 거대한 피자 한 판을 먹었더니 배가 안 고파서 겉만 구경하고 지나쳤다. 

허기도 가불이 되면 좋겠...아, 안되겠다. 남은 평생 굶은 날만 남을 듯.


  


태국스러운 조각상과.

애견카페, 고양이카페도 아닌 햄스터 카페...가 있었다. 들어가진 않았다.


  


골목들.

  

  


한참을 배회하다가 숙소에서 한 시간 책도 보고 한 숨자며 쉬어주고-


  



저녁을 먹으러 님만해민을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한 시간.

Haus Hostel에서 해자를 따라 서쪽 방향으로 쭉 가면 되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았다. 해자 가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해서 그럭저럭 다닐만 했는데 중간 중간 어두운 길도 있어서 무섭기도 했다. 치앙마이에 쥐가 많다더니 다행히 쥐는 보이지 않았다.


청도이 로스트 치킨집 (Cherng Doi Roast Chicken)

님만해민에서 찾아간 곳은 청도이 로스트 치킨집.

사람이 많았지만 가게가 크고 자리도 많아 웨이팅 없이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니 그 동안 현금을 꽤 많이 쓴 것 같다. 얼추 다 써가는 거 아니야? 싶어 세어보았더니 220바트 남았다. 

로스트 치킨과 쏨땀, 스티키 라이스, 맥주를 주문하고 싶어 계산해보니 딱 220바트.

다음 날 도착하는 친구가 15만원 추가 환전을 해주기로 하였고, 가방에는 50달러가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썽태우는 달러를 받지 않는다고. 50달러를 환전하지 못하면 걸어 돌아가야한다. 

순간 아찔해지만. 아아 모르겠다, 일단 먹고 싶은 것은 다 주문하여 먹었다.

쏨땀은 내 입맛에 조금 매웠지만, 치킨이랑 소스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저녁이였다. (다음 날 친구랑 또 감)


  

  


거리에 나오니 환전 박스가 있었다. 50달러를 환전하고나니 그냥 돌아가기에 아까운 큰 돈이 생겼다.

원래는 TongTemToh에서 2차를 하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배가 불렀다 ㅠ

근처 맥주집 Warm Up Cafe에가서 맥주 한 잔하고 나왔다.


  



썽태우, 바가지 조심

썽태우의 경우, 아무 말 없이 태워주면 기본 20바트만 내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40~60바트를 부르곤 한다고.

내가 탄 썽태우 기사님은 아무 말 없이 흔쾌이 타라고 하였다. 흥정과 협상은 적성에 안 맞다. 불편하고 자신없는데 그냥 태워주셔서 감사한 마음 +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지만 나를 보며 계속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보여서 기분 좋게 더 드려야지, 마음 먹었다. 

기사님께 100바트를 건네드리고, 거스름 받은 20바트 짜리 중 하나를 더 드렸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애초에 60바트만 거슬러 줬었다. 거기에 내가 20더 드려서 총 60바트를 챙기신 것!

그래봤자 총 2천원 돈. 즐거운 마음으로 타고 온 것을 생각하면 억울한 금액은 아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자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날은 친구와 쿠킹클래스가 예약되어있는 날.

일찍 자려고 씻고 준비하고 누웠으나 드라마 '돈꽃'을 보다가 꼭두새벽에 잠이 들었다.


 #치앙마이 이틀치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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