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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나 쉬는 날/잡담

남동생 이야기 - 십 만원의 미스테리


나이로는 4살 & 학년으로는 5학년 차이인 남동생이 있다.

나는 또래보다 큰 편이였고, 동생은 또래보다 작은 편이여서 항상 아기 같은 동생이였다.

 

 년 전까지만 해도 만 원 주면 심부름하던 아이였는데- (아련아련) 어느덧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가끔 내게 용돈도 주는 듬직한 어른아이가 되어버렸다.

 

 (2010년 남동생과 유럽여행 갔을 때)

 

즐거워

2014년 6월 어느 날,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동생에게 백 만원을 빌렸다.

이미 환전할 금액을 빼두기는 했지만, 거처가 정해져 있어 현금을 더 가져가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다녀오고, 챙겨 갚기 귀찮아서 뭉게고 있으려니, 한 달 후에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누나, 돈 백만 원! 

알겠어 ㅋㅋ

 

그런데 갑자기,

누나가 백 만원을 빌린 이후에 십 만원을 더 빌려서 백 십만원을 같이 갚겠다고 했었단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정말 새~~~~~~~~~~~~~~~~~~~까맣게 기억에 없었으니까... 

 

웃기지 말라며 ㅋㅋㅋ 누나가 늦게 갚아도 띵겨 먹는 사람은 아니다ㅋㅋㅋ 했더니

알았다며 ㅋㅋ (너무 쉽게 포기해서 더 장난인 줄...)

 

하지만, 돈을 꺼내서 빌려준 자세까지 기억나니(자세를 재현하며), 진실만은 알고 싶단다 ㅋㅋ

 

아니야, 나 십 만원 필요한 적이 없어, (빌린 적이 있다면) 전에 네가 말했을 때 백 십만원 갚으라고 했겠지, 왜 계속 백 만원 갚으라고 했겠어, 하고 반박했다 - 지금 생각해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옆에서 보시던 엄마가 동생에게, 계속 생각하면 몸에 안 좋다며 잊으라고 설득하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처

 

 

그리하여, 이미 모든 얘기는 끝이 났는데.

파방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느 장면이 갑자기 떠오를 때 나오는 효과음) 

어렴풋이 막 기억이 나려고도 하는 것 같은거다.

 

아니야, 저 아이가 자꾸 그렇다고 하니까 내가 헷갈리나 보다,

파방

 

윽2 

 

 

 

하...아직도 잘 모르겠다.ㅠ.

 

그래도 괜히 뒤늦게 인정하면 나에대한 신뢰가 깨질 것 같으니 조금씩 티 안나게 갚아야지, 용돈을 준다던가, 선물을 한다던가.

일단, 기숙사로 블루베리를 보냈다.

 

#

 

우리의 이런 대화와 행동을 흐뭇하게 보고 계신던 어머니께서,

니네는 나중에 재산 때문에 싸우지는 않겠다, 하신다.

 

나는 쿨하게 주실 거 있으면 쟤 다주세요 했다.

쟤한테 얹혀 살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웃겨웃겨

 

방에서 외출 준비하던 동생이 식겁하며 뛰쳐나왔다. 

네이트 판에 올릴거야!!!~~~~ 누나가 시집도 안가고 방에서도 안간다고~~~

 

ㅋㅋㅋ야 임마 걱정하지마 방에서는 나갈거야ㅋㅋㅋㅋ

 

 

#

 

일요일 밤.

 

누나 일찍 잘거야?

치킨 시켜 먹자는건가, 지금 10신데? 먹자 그러면 못 이긴척 먹을까? 하는 마음에,

왜? 일단 말해봐, 했더니

차주에 영어 발표해야되는데 발표문 작성하면 영어 봐주고 자란다ㅋ 젠장ㅋ

내일 월요일이라 일찍 잘 거라고 말 했어야 했는데...

파방

 

안들려,

 

 

제대로 봐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봐주고 12시가 넘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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