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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계란과 후라이팬, 시리얼과 토스트...도 있었나, 아무튼 이제껏 본 조식 중에 제일로 빈약한 조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냥 제공하지 말지, 번거롭지 않았을까 싶었다. 

기대했으면 실망했겠지만, 태국은 맛있는 곳이 많으니까, 밖에서 맛있는거 먹어야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여행은 어차피 조금 어그러지는게 맛. 이럴 때 내 마음의 긍정을 발견하고 조금 더 즐거워지기도 한다.   

       

다시 올라가서 씻고, 준비하고 나오는 길. 전 날 한 번 나온 길이라고 조금 익숙해졌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하나가 제안하길, 늘상 가던 길도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하고 평소 지나치는 빌딩, 나무, 꽃들을 다시 보면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실제로 여행하는 길도 두 번째로 나설땐 적응이 되는 느낌이지만, 그 익숙함에 은근한 뿌듯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항상 다니는 길에서 느끼는 따분함이나 무관심과 다른 것 같다. 

그러므로 역시 새 길이 좋은 것인가....ㅎ-ㅎ    


  

  

  


치앙마이 골목에는 커-다란 개들이 많다. 처음에는 흠-칫 놀랐는데 치앙마이 날씨만큼이나 나른한 아이들이였다.

방콕을 돌아다닐 때 같이 있던 친구가, 이곳에 와서 자동차 경적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고보니 도로는 놀랄만큼 조용했다. 서울, 상하이, 홍콩 등 대도시에 갔을 때 경적소리는 신경질적이였고, 꽤나 스트레스를 줬었다. 찢어질듯한 소리가 준 스트레스만큼 지금 이 고요한 순간이 같은 크기의 행복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가 말하기 전까지 미처 의식도 못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커다란 개를 보고 놀랐다가, 순한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가족 카톡방에 사진을 보내고는 이 동네는 커다란 개가 많아서 엄마는 못 오시겠네요. 했다. 전날, 아빠가, 치앙마이에 도착했다는 내 카톡에 치앙마이는 월 80만원이면 생활할 수 있다고 하던데 부동산 값과 (엄마가 탁구를 칠 수 있는) 탁구장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엄마는 생각도 안하고 계실텐데...싶어 웃음으로 떼웠던 순간에 다시 개 핑계를 대보았다. 

"개들도 사람 닮아 괜찮을거야. 치앙마이 사람들은 화낼 줄도 모른다더구나. 그런 세상이 있겠냐만은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라고 답이 왔다.  


  


Overstand Coffee

구글 지도에 breakfast를 검색하고, 평점 높은 곳으로 filter한 후 그 중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아아, 그 전에 Morning Glory Thai Vegeterian이라는 곳을 먼저 찾아갔는데 쿠킹 클래스를 하고 있어서 못 들어갔다.


아무튼,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morning pizza였나, breakfast pizza였나 아무튼 아침용 피자 메뉴가 있길래 주문하였는데 세상에 노트북만한 피자가 나왔다. 같이 주문한 커피와 먹고도 한 참이 남아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먹었다. #모닝비어


  

  

  


  


이 곳에서 점심 시간이 지나도록 있었다.  

친구들과 카톡으로 수다도 떨고, 방콕 1일차 일기도 썼다.

바람, 햇살, 맥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 있었다.


-

치앙마이를 검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치앙마이를 장기 여행으로 가는 것 같았다. 치앙마이 한달살기, 가 연관검색어였다.

개인적으로 다시 가고 싶을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 앉아 있던 순간만큼은 내가 장기 여행자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랬다면, 하루 종일 앉아 있을텐데. 날씨가 아까워서, 치앙마이가 아까워서 엉덩이를 들고 시장을 보러 가진 않았을텐데, 싶었다. 

-


Warorot 시장

망설이다 몸을 일으켜 찾아간 곳은 Warorot 시장이였다.

시장을 찾으러 가는 길에, 유럽인으로 보이는 사내 두 명이 운동화가 멋있다며 졸졸 쫓아왔다. 푸흣 유럽 브랜드인데, 유럽 취향 디자인인 것인가 크ㅋ 재작년 유럽 여행 때도 유럽 애가 예쁘다며 어디서 산 것이냐고 따로 물어봤던 운동화였다. 안되겠다, 아껴신어야겠다, 이번 여행 길에 특히 더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몇 번을 들여다봤는데 이번 여행에서 쭉 찢어진 운동화...이기도 한...내가 좋아했던 운동화...흑

시장은 크고, 물건이 다양해서 구경할만했지만, 살만한 것이 많지는 않았다. 조카에게 선물할 원피스 하나 득템하고 구경만하다가 왔다.


  

  

  


동행과 함께하는 여행도 좋고 혼자 하는 여행도 좋다. 둘다 가능하면 더욱 좋다. 양해를 구할 수 있는 동행이면 일부 시간은 혼자 보낸다.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방향만 정하고 하염없이 걷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히 사물을 관찰하기 위해서이거나 사색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그런 마음이 들면 멈추어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마냥 걸으면서 발바닥과 종아리의 통증을 즐긴다.


    

강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여러 개 걸었는데, 독특한 철구조로 된 다리라 문득 지도를 위치를 확인하니, 

Iron Bridge (Sapaan Lek)란다.


  


그리고 야시장의 빈 공터와 민트색의 이슬람 모스크도 지나갔다.


  


Banviang Coffee

Banviang Coffee 역시 돌아다니는 길목에서 가까운 곳 중 평점이 좋아 찾아간 곳이다.

코코넛 스무디를 주문하였는데, 시원하고 맛있었음.

여기서도 한국에서 왔는지를 제일 먼저 물어봤다. 한국, 오, 한국.

원래는 코코넛 스무디 한 잔 만드는데 15분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7분이면 만든다며 자랑하셨다.


  


  

  


다시 길을 걷다가 코끼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내주려고 찍어둔 사진.


  


핑강 근방 레스토랑 중에 The Service 1921 Restaurant & Bar라는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었는데, 

아침에 거대한 피자 한 판을 먹었더니 배가 안 고파서 겉만 구경하고 지나쳤다. 

허기도 가불이 되면 좋겠...아, 안되겠다. 남은 평생 굶은 날만 남을 듯.


  


태국스러운 조각상과.

애견카페, 고양이카페도 아닌 햄스터 카페...가 있었다. 들어가진 않았다.


  


골목들.

  

  


한참을 배회하다가 숙소에서 한 시간 책도 보고 한 숨자며 쉬어주고-


  



저녁을 먹으러 님만해민을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한 시간.

Haus Hostel에서 해자를 따라 서쪽 방향으로 쭉 가면 되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았다. 해자 가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해서 그럭저럭 다닐만 했는데 중간 중간 어두운 길도 있어서 무섭기도 했다. 치앙마이에 쥐가 많다더니 다행히 쥐는 보이지 않았다.


청도이 로스트 치킨집 (Cherng Doi Roast Chicken)

님만해민에서 찾아간 곳은 청도이 로스트 치킨집.

사람이 많았지만 가게가 크고 자리도 많아 웨이팅 없이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니 그 동안 현금을 꽤 많이 쓴 것 같다. 얼추 다 써가는 거 아니야? 싶어 세어보았더니 220바트 남았다. 

로스트 치킨과 쏨땀, 스티키 라이스, 맥주를 주문하고 싶어 계산해보니 딱 220바트.

다음 날 도착하는 친구가 15만원 추가 환전을 해주기로 하였고, 가방에는 50달러가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썽태우는 달러를 받지 않는다고. 50달러를 환전하지 못하면 걸어 돌아가야한다. 

순간 아찔해지만. 아아 모르겠다, 일단 먹고 싶은 것은 다 주문하여 먹었다.

쏨땀은 내 입맛에 조금 매웠지만, 치킨이랑 소스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저녁이였다. (다음 날 친구랑 또 감)


  

  


거리에 나오니 환전 박스가 있었다. 50달러를 환전하고나니 그냥 돌아가기에 아까운 큰 돈이 생겼다.

원래는 TongTemToh에서 2차를 하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배가 불렀다 ㅠ

근처 맥주집 Warm Up Cafe에가서 맥주 한 잔하고 나왔다.


  



썽태우, 바가지 조심

썽태우의 경우, 아무 말 없이 태워주면 기본 20바트만 내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40~60바트를 부르곤 한다고.

내가 탄 썽태우 기사님은 아무 말 없이 흔쾌이 타라고 하였다. 흥정과 협상은 적성에 안 맞다. 불편하고 자신없는데 그냥 태워주셔서 감사한 마음 +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지만 나를 보며 계속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보여서 기분 좋게 더 드려야지, 마음 먹었다. 

기사님께 100바트를 건네드리고, 거스름 받은 20바트 짜리 중 하나를 더 드렸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애초에 60바트만 거슬러 줬었다. 거기에 내가 20더 드려서 총 60바트를 챙기신 것!

그래봤자 총 2천원 돈. 즐거운 마음으로 타고 온 것을 생각하면 억울한 금액은 아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자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날은 친구와 쿠킹클래스가 예약되어있는 날.

일찍 자려고 씻고 준비하고 누웠으나 드라마 '돈꽃'을 보다가 꼭두새벽에 잠이 들었다.


 #치앙마이 이틀치 그림일기



Posted by 많루

작년 10월 홍콩 출장 일정이 후배의 여름 휴가와 딱 하루 겹쳤다. 

호텔 클럽 라운지에서 한 잔한 우리는 단톡방에 그룹콜을 걸어 우리끼리 해외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다며, 다같이 해외여행하자며 설레발을 치다가 10시 조금 못 넘어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 다음 해 2월 여행 일정과 장소가 정해져있었다.

설 낀 연휴, 방콕.


방콕은 2005년 엄마와 2006년 친구와 2017년 출장으로 다녀온터라 굳이 또 가고 싶은 곳은 아니였지만, 

다같이 갈때는 장소보다 사람이 중요한거니까.

여럿이 모이면 한 두명은 취향과 위시리스트를 포기해야하는거니까.

그러자고 하였다. 


2006년에도 친구 일곱 명이 같이 가기로 했다가 두 명만 남았듯이

이번에는 여섯 명이 같이 가기로했다가 셋이 남았다.

중간에 나도 무수히 여러 번 고민했으니까. 이해해야지. 

그러나 여행은 한정된 돈과 시간을 들이는 일이니까. 

양보는 최소한 하고 싶다.


어찌됐든. 그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요일 저녁 7시30분 비행기라, 7/4 (7시 출근, 4시 퇴근)를 신청했다. 


거의 일년만에 젤네일과 패디도 하였다.

네일은 태국 국기를 모티브로, 패디는 보라색 꽃무늬를 넣었다.

패디가 너무너무 예쁜데 발가락이 부끄러워서 자랑을 못해서 아쉽다>-<


 

출발 당일.

공항에 겨울 코트/패딩을 맡기는 서비스가 있지만, 왠지 아깝게 느껴졌다.

털 달린 롱패딩을 입고 출근하면서 가방에는 라이트 다운을 챙겨왔다.

꽃무늬 원피스에 레깅스를 입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여 구두를 갈아 신었다.

오랜만에 발등이 드러난채 구두를 신고 있었더니 

팀 사람들이 하반신은 이미 태국간거 아니냐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하루가 금방 흘렀다. 

헤라 블랙 쿠션을 25호 엠버를 사용하고 있던 것을 알고 깜짝 놀라 15호 로제 아이보리를 주문해뒀는데

시간 맞춰오지 않을까봐 조금은 노심초사하며,

면세점에서 혹시나 더 살 것이 있지 않을까 들여다보며, 

다른 때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맛집, 관광 정보들을 간간이 검색해보며. 

돌아와서 허덕대며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일처리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4시가 되어 땡퇴근을 해야하는데, 화장품을 챙기느라 5분 정도 늦었다. 

그것이 나비 효과가 되어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그리고 횡단 보도를 놓쳤다. 그리고 공항 버스도 한 대 놓쳤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아 라이트 다운으로 충분했다. 

버스도 막히지 않아 5시 반이 되기 전에 공항에 도착하였다.

설 연휴라 공항에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적했다.

 

1) 써니뱅크로 신한은행에서 환전 예약한 바트를 찾고, 

2) 체크인을 하고 (이번에 예약한 제주항공은 모바일 체크인이 가능한데, 계속 오류가나서 체크인이 안되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웹체크인 라인으로 바로가서 내가 원하는 좌석과 오류를 설명하고 바로 도움을 받았다.)

3) 유심을 찾은 후 (유심스타, 7일 데이터 무제한 유심 4800 + 공항배송비 3000원)

4) 짐 검사를 마치고 (올림픽 때문인지 겉 옷과 신발까지 벗고) 

5) 출국 심사를 한 후 (자동 출입국 신청이 되어있지만, 지문이 잘 읽히지 않아 맨날 빠꾸 당한 경험 + 사람이 별로 없길래 일반 심사를 받았다)

6) 면세점을 구경하다가 (이어폰을 사고 싶어 롯데 상품권을 잔뜩 들고 갔는데, 터미널1에는 롯데 면세 전자 제품이 없다고 하여 좌절하고)

7) 저녁을 먹고 with 맥주 (라그릴리아에서 김치치즈도리아와 맥앤치즈를 먹고 버드와이즈를 마셨는데 엄청 비쌌다!)

8)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탑승했다.


(동행은 제주항공 외투보관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너무 멀었다고 한다.)

 

 


제주 항공은 대한 항공에 비해 아무래도 좁았지만, 6시간 정도는 견딜만하였다.

알이탈리아 항공은 추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더웠다.

기체가 작아서 그런지 많이 흔들리고 소음이 커서 준비해간 동영상을 보는데 어려움이있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면 되려나ㅜㅜ)


밤 11시 45분 도착 예정이였던 비행기는 12시 30분 가량 도착하였고, 

짐을 찾고 택시를 잡아 호텔을 향하는 길에 확인한 시계는 1시를 훌쩍 넘겼다.

공항에서 타는 택시는 50바트를 추가로 받더라며 먼저 도착한 동행이 이야기해주었는데,

좌석 뒤에 써있는 팻말에 의하면 75바트 (뭔지 모르겠음) + 50바트 = 총 125바트가 추가될거란다.

미터키를 켜지 않은 운전사는 말투와 표정만은 친절함을 잃지 않으며 어쩌구저쩌구 호텔까지 총 500바트라고 하였다.

강하게 싸워서 조금이라도 깎을 것인가. 그냥 넘어가줄것인가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하였다.

인천에서 공항 가는 요금 (5만원)을 생각하면, 심야 할증에, 통행료 등을 포함한 15000원은 싼거니까.

난 휴가 온거니까. 릴렉스 릴렉스


동행이 예약한 숙소는 Hyatt Place Sukhumvit. 생긴지 얼마 안됐다고 하였다.

- 방콕 여행을 다니는 동안 택시 기사분들이 호텔을 잘 몰라 Hilton 근처라고 설명하며 찾아갔다.

-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음!


먼저 도착한 동행들이 초밥과 맥주를 웰컴드링크라고 준비해두었다.

6박 6일에 가까운 일정을. 덕분에 6박7일로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



동행이 씻는 동안 주섬주섬 그림을 그려보았다.

작년 유럽 여행 때 들고 갔다가 새 것 그대로 가지온 스케치 북과 펜을 다시 챙겨왔다.

여행 전 날, 아무래도 안 그리겠지? 싶어 다음 날 일어나서 빼야지, 했는데 결국엔 들고 왔다.

정말인지 자신없었는데, 손 가는 대로 그려보기로 하고 실수하거나 틀려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똥망해도Go)  


어릴 때부터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했는데, 날짜와 요일을 세로로 나란히 적다가 줄이 삐뚤어 보이면 새로이 다시 적으며

날짜와 요일을 쓰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다이어리 첫 장에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참을 스트레스 받다가 종이를 찢어버리곤 했다.

필기를 옮겨적으며 공부하려다가 첫 문장만 여러 번 쓴 적도 있다.

일종의 강박 장애로 느껴졌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못 그리는 그림. 다시 그려도 마찬가지일거야.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기. 찢지 말기. 계속 그리기. 


 

그리고 그 시도는 대충 성공했다.

가령, 가장 면저 비행기에서부터 읽은 노란색 책, [보통의 존재]를 그리는데.

사이즈 가늠이 안되어 책 제목을 쓰고 나니 책 표지에 있던, (그리기 쉬울 것 같아서) 꼭 따라 그려보고 싶었던 의자 세 개를 그릴 공간이 없어서 책 밖에 그렸다.

머리 맡에 있는 조명을 그리기 위해 반원을 아래로 휘게 그렸는데 (내가 아래에서 쳐다보는거니까) 위로 휘는게 맞겠구나 싶어 다시 그리고는 수정된 부분이 보이지않게 새까맣게 덧칠해버렸다ㅋ 

크기와 비율을 처음부터 무시했던 것은 아니였다. 20컬러 펜 세트를 펜 하나 하나 그리다보니 혼자 엄청 커져버렸다. 각각의 사물을 독립시키기로 하였다.

누워서 그림 그리는 나의 모습을 그려놓고나니 제대로 망연자실할 수준이였는데, 

마치 하늘을 나는 포즈이길래 기왕에 새도 그리고 구름도 그리고 해도 그리고 바람도 그려버렸다.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려드리기 위해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좋다며, 맨날맨날 보내달라고 하신다.

나는 뛰어난 그림 실력은 없지만 격려해주시는 엄마와 친구가 있다.



Posted by 많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