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에서 묵은 숙소는 한스 게스트하우스였다.
아빠가 예전에 여행하실 때 묵으셨던 곳이라 다른데 알아보지 않고 바로 예약하였는데,
최근에는 다른 곳과 경쟁이 붙었고, 그 곳이 꽤 선방하고 있다고 한다.
뭐 어쨌든, 우리는 쿤밍에 있는 내내 이곳에 묵었고ㅡ특별한 건 없지만, 불편한 것도 없었다.
한스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아파트 단지 맞은 편에 의미없는 횡단보도(있긴있음)가 있는 무법의 8차선 길을, 달려오는 차를 피해 한 칸 한 칸 건너서 맞은 편으로 가면 쌀국수 집 몇개가 있다.
*횡단 보도 건너는 팁: 노련한 현지 할머니, 할아버지 뒤를 따라가면 언젠가 건널 수 있음
첫 날은 그 중 제일 초입에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가게가 제일 크기도 하다.
다양한 풀과 소스들. 너무 많아서 그냥 주변 사람들 따라서 대충 막 넣었다.
면 종류도 꽤 다양하다.
먹을 때마다 파와 상차이를 듬뿍 넣고 먹어준다. 요 맛을 아는 내가 뿌듯하다.
먹고 나오니 길은 길거리 아침 음식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활발하다.
궁금은 하지만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패스하기로 한다.
이 날은 따리로 이동하는 날이였다.
전 날 만난 지인분들이, 쿤밍에서 따리까지 기차로 7시간, 버스로 4시간 걸린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분명히. 버스 중에 작은 버스는 7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큰 버스를 타라고 일러주었건만.
말이 통해야 말이지 ㅋㅋ 창구에서 버스표를 살 때 콰이(빨리 가는 것을 달라)!를 외쳤는데 아무래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출발하는 버스 표를 준 것 같다.
느낌상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닐 것 같아 확인하고 싶은 눈짓을 주었지만,
퉁명스러운 창구 직원은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버스 기사님은 운전을 하면서 문자를 주고 받고 전화 통화를 하고 중간 중간 정류장에서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 받아 보관하였다가 다음 정류장 혹은 그 다음 정류장에서 짐을 내려주었다.
버스를 내려서 신고서인듯한 무엇인가를 작성하러 뛰어갔다 오기도 하였다.
수시로 담배를 피기도 해서 맨 앞자리에 앉은 우리는 우산을 펴서 연기를 막았다.
어느 순간 노란색 캔을 들고 있는 기사님을 보고 설마 맥주 드시는 것은 아니겠지-했는데 다행히? 레드불이였다.
아무래도 레드불이 필요해 보이긴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또 하나 신기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입구에 한 가득 모여있는 사람들이 버스를 따라 우르르 몰려드는데, 10~20명이 아니라 거의 50명은 되어 보였다.
처음에는 이 버스를 타고 다시 가는 사람들인가 했는데, 택시 호객꾼들이였다.
순간, 공포심이 생겼지만. 엄마아빠가 함께인지라, 완강히 뿌리치고 터미널 밖으로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숙소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웠지만, 처음에는 꽤 당황스러웠다.
블로그를 통해 찾아본 다른 게스트하우스들은 얼하이 호수를 낀 전망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호수로부터 도보로 20분 정도 안 쪽에 위치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인가.
참 신기하게도 여행이 끝날 무렵, 그리고 지금, 이 여행을 만족스럽게 한 것의 반은 숙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0퍼센트, 혹은 90퍼센트라고 하지 않은 것은 숙소가 부족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따리의 음식들, 따리의 사람들 등 나머지 많은 것들이 만족스러웠기 때문!
-
첫 날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고성에 가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계수나무집이라는 한식집이였는데-
여기도 원래 아빠가 아시던 곳.
한국에 유학온 중국인 아내분이 지금의 남편분을 만나 연애하다가 이곳에서 같이 식당을 하고 계시다고.
아내분의 아버지는 근처에서 객잔을하셨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안하신다고 한다.
이 날은 사장님과 사모님이 안계서서 우리끼리 제육볶음과 찌개를 먹고 나왔었다.
맛있었음!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비가 보통 40위안 나온다고 알려주었는데,
택시 기사들이 50위안을 불렀다.
사실 10위안이면 1700원 차이라 탈만도 한데 ㅎㅎㅎ
아빠가 버스타는 곳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버스 막차는 8시반이라고 했는데 이미 8시.
보통은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곳으로 가면되는데, 지도가 애매한 곳을 가르키는 바람에 한 참을 헤매었다.
중간에 가게에 들어가서 버스타는 곳을 물어보았더니, 질문은 이해가 되는데 어떻게 말해야할지 곤란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르겠다 꺼지라고 하지 않고, 손짓, 발짓, 옆에 있는 사람과 의논, 노트와 볼펜 등을 이용해서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고맙다.
혹시 모르니까 사진을 찍어 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라고 알려준 것도 그들이였다.
어렵게 버스를 타고 내릴 곳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 엄마의 옆구리를 찔렀다.
배를 내밀고 목청놓아 노래를 부르고 있던 아저씨가, 목적지가 어딘지 물었다.
숙소가 다가오자, 그 아저씨는 또 다시 엄마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쯤돼서 우리는 숙소가 두 버스 정류장 사이에 있고, 다음 정류장과 조금 더 가까운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음에 내리려던 참이였다.)
그런데 아저씨는 계속 내리라고 하고, 우리는 다음에 내리겠다고 하는 사이에 버스가 출발했는데,
결국 아저씨와, 주변 사람들이 버스를 세웠다 ㅋㅋㅋ 내리라고 ㅋㅋㅋ 지금 내리라고 ㅋㅋㅋ
우리는 하는 수없이 버스를 내렸고,
아저씨는 창문을 열고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ㅋㅋㅋ
우리는 웃기다며 한참을 웃으며 숙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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