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골목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친구의 쌍둥이 딸들은 아빠에게 맡길 시간.
한창 엄마 스토커인 아이들을 어떻게 떼어놓지 싶었는데,
친구 한 명이 선물을 준비해왔다. 그 선물로 마음을 달래주기로 하였다.
"선물이 있어! 선물 받으려면 아빠 따라가서 엄마 예쁘게 기다리고 있어야해!~"
친구가 준비한 선물을 직접 손바느질한 봉제 인형. 오마이갓 짱 예쁘다
소담정
이용가이드 http://blog.naver.com/compro72/30165696159
숙소 담당인 친구(=인형 준비한 친구)가 소담정이라는 곳을 예약한다고 했을 때,
어련히 알아서 했겠지 싶었지만,
대구에 있는 한옥게스트하우스라...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우선 체크인을 하기로하고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부터 갔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 +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 사이의 골목을 올라가면서 솔직한 마음으로,
도심 속 한옥 게스트 하우스라니, 한지로 도배하고 미닫이 문 좀 달아놨나보지? 싶었는데...
60년된 한옥을 개조한거라고! (http://blog.naver.com/compro72/30165616919)
열쇠를 받고 위치를 확인하고, 대충 훑어보고 시내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들여다 볼 수록 예쁜 숙소였다.
나무에 새겨진 '소담정'이라는 이름은 작고 아담하지만 정이 넘치는 곳이라는 뜻인가,
친구들이랑 속닥속닥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뜻인가- 싶었는데.
"함께 모여 소담소담 이야기 나눈다"
는 뜻이라 한다.
오, 예상했던 의미랑 비슷하다! ㅎㅎ
소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더니,
1. 우스운 이야기- ㅎㅎ
2. 소담하다는, 생김새가 탐스럽다., 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소담정은, 밖에서 보면 아담하지만 들어서서 보면 꽤 넓다.
5인 기준 15만원이고 추가 인원은 1인당 2만원씩 받는데,
사랑방까지 포함하여 방이 4개나 있어 10명 이상도 충분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곳곳을 잘 활용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없는 것이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ㅎㅎ
마당은 넓지 않지만 바람을 쐴 수 있는 평상도 놓여있고,
계단을 통해 옥상에 올라가면 기와 지붕이 내려다 보인다.
하이-!
깨끗하고 단정하게 놓여있는 검정 고무신과 귀여운 미니 장독대도 마음에 든다.
마당 앞에는 사랑방도 따로 있다. 말그대로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꾸며진 공간이다.
발로 찍는 듯한 사진 실력 덕에 사랑방을 담아내기 어려워 친구가 찍은 사진을 빌려왔다ㅋ 쓰삭
본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넓은 화장실.
치약, 비누, 샴푸, 린스도 다 구비되어있고, 인원 수 만큼의 수건도 준비되어있다.
여행다닐 때 없으면 무지하게 불편하지만 들고 다니기는 더 불편한 드라이기도 있다!!! 짱짱
부엌에는 소금, 설탕, 간장, 식용유 뿐만 아니라 생수, 커피믹스도 있고,
한켠에는 가이드북과 소담정 방명록이 예쁘게 놓여있다.
"혼자만 알고 싶은 곳"이라고 친구가 말하자마자 들춰본 방명록에 같은 마음과 글귀가 이미 남겨져있어 친구는 놀라워했다 ㅎㅎ
근대골목 투어가 아직 안 끝난 것인가 /큭/ 방방이 놓여있는 고가구 하나하나가 너무 예쁘다
하나하나 준비한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설레였을까 싶다.
옛날식 책상 밑에 꼭 비밀 통로로 이어질 것 같은 문이 달려있어서,
혹시나 뭐가 나올까봐 두근두근하면서 열어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것도 없었다.../시무룩/
역시나 인원 수만큼 준비된 배게, 이불, 요는 의외로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였다-
깨끗하고 편하다!
와이파이는 안되겠거니했는데, 어느 순간 연결되어있길래 놀랐다.
하루종일 찍은 사진을 숙소에서 실컷 공유할 수 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손가!~
어깨춤은 이럴 때 추는 게 아닌가하노라 ㅋㅋㅋ
(라지만 사실 거의 퇴실할 때 알아서 덕을 못봤다고 한다 ㅋ)
쌍둥이 딸 중 한 명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무릎 위에 앉혔더니 그새 정이 들어 골목골목 내 손을 챙겨 꼭 잡고 다니는 것이 내심 좋았던 것인지, 그 애정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들어올리고 날랐더니만 급피곤해진 나는 친구들이 밤을 까먹으며 수다를 나눌 동안 숙소에서 푹 잤다.
잠결에 들은 몇 가지 얘기 중에 재미있을 것 같은 것은 이따 다시 물어봐야지, 하면서ㅎㅎ
반야월막창 (종로점)
대구 중구 중앙대로81길 36
053-421-5445
저녁이 되어 숙소를 나섰다.
동성로의 반야월 막창, 부야스 곱창, 그리고 안지랑역의 막창집은 어디든 맛있다고 들어 고민이였는데 숙소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있는 반야월 막창으로 가기로 했다.
서울 강남역에서 같은 상호명의 막창집을 간적이 있었다. 정말 맛없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던 기억에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도 아는 곳이 없으니 선뜻 말은 못 꺼내고 대구 원조 집에서 먹는 것이니까, 맛있을거야!! 걱정 반, 기대 반을 안고 찾아갔다.
엄청 큰 간판 덕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자리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파 둠뿍, 고추 듬뿍 넣어서 막장을 만들고,
막창 4인분 투척
아주머니가 현란한 솜씨로 막창을 뒤집뒤집해주시는데 빨리 먹고 싶다!!!!! 배고파요!!>w<를 속으로 외쳤는데,
다행히 막창은 금방 익었다.
아주머니는 약간 탄듯 아닌듯한 막창을 보여주시며, 이 색깔이 되어야해요~옥힝?하고 여러 번 강조하셨다. (지금부터는 니네가 구우란 말이당)
막창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씹는다. 서울에서 먹은 막창이랑 비교도 안된다 ㅠ 너무 맛있었다 ㅠ
거의 대부분을 구워주시고는 남은 막창을 이렇게 저렇게 구워라, 태우지마라하며 노심초사하며 다른 테이블로 가셨지만,
바로 태워주시는 우리 ㅋ 결국 아저씨 다시 소환 ㅋㅋ
다시 뒤집뒤집해주셨다 헤헤
괜시리 더 서울 촌x 코스프레를 하며 계속 구워주시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뒤집뒤집해주시는 아줌마 아저씨는 뒤집뒤집하면서 끊임없이 자랑하셨다.
(뒤집뒤집) 과일에 재웠기 때문에 막창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뒤집뒤집) 과일에 재서 타기 쉽지만 센 불에 구워야 육즙이 안 빠진다. 우리는 숯불에 세게 구워 육즙을 그대로 보호한다.
(뒤집뒤집) 동그랗게 생긴 막창 드셔보셨지요? 우리는 포화지방을 없애기 위해 이렇게 펴서 기름을 다 제거하고 삶기까지했다. 콜라겐이 듬뿍있어서 피부에 좋다. (기름을 제거하면 우리에게 안 좋은 점이 뭐겠어요? 그램 수가 줄어들어요~ 그거다!! 여기 사이다 서비스 하나 드려라!!)
(뒤집뒤집) 여자 손님 두 명이 와서 10인분도 먹는다
맥주와 함께 막창 7인분을 흡입해주었다.
오도독살이 엄청 맛있다고 하여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배가 불러 먹지를 못하였다 ㅠ
옛날에는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ㅠ 아아ㅠ나이ㅠ아아
실컷 먹고 기분 좋게 나와서 보니 옆집도 맛집인 것 같다.
대통조계찜이라는 가게로, 조개 + 닭의 조합이란다!~
다음에 가보리~
서문시장
중구 큰장로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서문시장에 들렀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 닫았거나 닫는 중이였다.
급하게 과일가게와 슈퍼에 들러 먹을 것을 아낌없이 사서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과일을 씻다보니 ㅋㅋㅋ
반 이상이 썩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
요즘 한 참 복숭아 홀릭이라 친구들을 졸라서 산 복숭아도 시큼해서 못 먹겠다 ㅋㅋㅋ에라이 에라이!~
거봉도 알알이 몰캉몰캉한 것이...아휴...
여차저차 세팅 완료-
수다는 이어지고,
밤은 깊어간다.
새벽 1시.
모범생처럼 잠이 들었다.
안방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하자마자 깊이깊이 숙면을 취하였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잠이 깼다. 미친 개운.
준비를하고 나온 시간은 9시쯤..?
7전8기 8번식당
대구 중구 서성로13길 8
053-255-0167
친구가 '1번지 순대라고 소개해주어 정체 파악을 하느라 힘들었던 8번 식당 순대를 먹 갔다.
24시간 한다하여 아침에 먹기로 한 것.
디기 쪼끄만한 줄 알았던 가게--! 다시 보니 옆에 입구가 따로 있다.
주말 이른 아침인데 이미 손님이 꽤 있었다. 대부분 가족들의 아침 외식 중인듯하였다. =)
양배추무침인가? 맛나다. 다대기를 넣어 먹는 순대국은 얼큰하다.
어제 술을 더 마실 걸 그랬나? 확 취해서 막, 아, 죽겠다, 싶었으면 순대국을 먹고 와 겁나 시원하고 좋다~ 술 풀리는 것 같아~ 했을성싶다ㅋㅋ
순대와 수육도 정말 너무 부드러웠다. (순대는 껍질도 부드러움!)
욜케 푸지게 먹고 차가 언제 막힐지 몰라 일단 대구를 떠나기로 하였다. 올라가는 길에 문경새재에 들리기로~
대구야, 안녕~
추신.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침 10시였는데, 거리에는 사람들이 자판을 깔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꽤 긴 거리 동안 밤새 장사를 한 듯, 이른 아침에 장사를 마치고 정리를 하고 뒷풀이로 막걸리를 마시는 듯한 풍경이 이어졌다. 야간 시장이라도 열린 것일까? 의문을 남긴 채 떠난 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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