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기억력이 정말 안 좋구나, 오늘 또 한 번 느꼈다. 남동생과의 유럽 여행은 독일, 스위스, 스페인을 갔다고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탈리아도 있었구나, 사진을 보고 깨닫는다. ㅎㅎ
스위스 폰트레지나에서 베르니나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의 Tirano(티라노). 스위스와 이탈리아 경계에 있다. 그래서 역도 두 개(스위스 철도역, 이탈리아 철도역), 깃발도 두 개(스위스 국기, 이탈리아 국기)다.
이탈리아를 오기 위해 열차를 탄 것이 아니라, 열차를 타기 위해 이탈리아에 온 것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많은 것을 할 생각은 아니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남동생에게 피자, 파스타, 아이스크림을 먹이겠다는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다.ㅋ
티라노에서 바로 베르가모로 향할 예정이라, 기차 시간도 기다릴 겸 + 때마침 점심 시간이라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하였다.
그 전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그랬지만,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다. 요새 인기 많은 방송 비정상회담을 보면 이탈리아 비정상 알차장이 주장하길, 중국 사람들이 와서 레스토랑을 운영해서 음식 맛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이탈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ㅎㅎㅎ
아무튼 양은 엄청 많아 겨우 먹었다.
신기했던 것은, 8명쯤되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쭉 둘러 앉은 테이블이였다. 우리보다 훨씬 늦게 들어와서는 한 사람당 같은 피자를 하나씩 주문해서 5분만에 뚝딱 헤치우고 우리보다 훨씬 일찍 자리를 떴다. 와우 ㅋㅋ 말 그대로 1인1피자를 실행하는 그들. /멋져욥/
[memo]
* 베르가모 = Bassa(언덕 위)와 Alata(언덕 아래)
* Debussy작 베르가마스크 조곡_베르가모를 배경으로 탄생
* 일일교통권 3.5유로. 역에서 나와서 대로를 따라 걸어올라가서 푸니쿨라 타고 올드시티로.
* 역에서 올드시티 올라가는 길에 DE SPA, PELLICOMN(슈퍼)
[먹을 것] 피자, 젤라또
[음식점] Da Mimmo_via Colleoni n. 17
[볼만한 것] 산타 아고스티노(Sant'Agostino)+산 비질리오 성_알타의 정상+록카(Rocca)+산 미켈레
기차를 타고 Bergamo(베르가모)에 도착하였다. 베르가모는 두 개의 지역으로 나뉘는데 언덕 위의 치타 알타(Citta alta, 높은시가)와 언덕 아래 치타 바싸(Citta Bassa, 낮은 시가)로 불린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치타 알타까지 가야했는데, 역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표 끊는 것에서부터 타는 것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여행 길에 누군가의 친절을 기록해놓은 것을 보면, 그 친절이 여행길 기분을 많이 좌우지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치타 알타까지 가는데 생각보다 골목이 복잡했다. 광장을 찾아 사진을 간단히 찍고, 아이스크림 집을 찾아 내려갔다.
SAFARA SOFT 하드 1.5유로. 올드시티 작은 광장 오른쪽
Grom(Gromart S.R.L.) 젤라또. Viale Papa Giovanni XXIII, 60 - 24122 Bergamo >>> 여긴 못 감
아이스크림 집은 광장에서 꽤 떨어져있었고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리고 간식겸하여 간 피자집에서 다행히 마지막 다툼이 된, 동생과의 첫 다툼이 있었다.
동생이 여행의 재미를 느꼈으면 하여 내가 제안하여 시작했던 여행인지라, 내가 경비를 대고, 내가 계획을하고 내가 준비를 하여 여행하던 중이였다. 동생이 여행을 편하고 즐겁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예전에 다녀왔던 좋았던 기억에)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무리해서 넣었고, 나 혼자하는 여행 길에서는 하지 않았을 일들 - 4유로하는 콜라 마시기,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축구 경기 관람하기 등을 무리하게 넣기도 했다. 전망을 구경하며, 사람들의 친절을 느끼며, 맛있는 것을 먹으며 좋아라하는 동생을 보는 것은 뿌듯하였지만, 한 편 이 자식봐라, 아무것도 안하네,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베르가모 피자 가게에서, 피자 한 조각과 빵 하나를 시키고 꽤 많아진 동전을 처리하기 위해 동생에게 동전을 쥐어주며 계산을 하고 오라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정확히 얼마인지 몰라도 10유로 이상되는 금액의 동전이였다. 그런데 돌아온 동생은, 우리가 주문한 7유로의 거스름돈에 맞지 않게 0.1유로를 들고 오더니, 왜 0.1유로를 주지?라고 한다.
얼마줬는데? 하고 물으니 누나가 준대로 줬는데? > 그게 얼만데? > 누나가 준대로 줬다니까.
무슨 말과 표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정말 여행을 좋아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어렵게 주어진 기회 혹은 행운- 까지는 아니여도, 그냥 정말로 가자니까 가고, 먹자니까 먹고- 그런 것이였나? 출발 직전까지 어느 나라와 도시를 가는지, 그 도시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을 때 살짝 실망스럽긴했어도, 그래서 더 좋은 경험이 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마음이 참 다르구나, 내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깨달았다고 할까나.
그래도 정색을 해놓고 나니 미안하다. 돈을 얼마 냈더라? 왜 이것밖에 안주었지? 계속 고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생각 안해도 된다, 돈 때문에 그랬던 것 아니다라고 했더니 그 사이 지가 삐쳐있다 ㅎㅎㅎ 딴에 서럽고 민망했던 것 같다. 아이고 ㅋㅋ
최근, 사진첩을 구경하던 동생은 문제의 피자가게 사진을 보내며 눈물의 빵집.이라고 하였다. ㅎㅎ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전망이 좋았다. 이대로 내려가버리면 아쉬울 것 같아서 내리자, 사진 찍자 하였더니 딱히 누나 마음이 어땠을까, 헤아렸다기보다는 동생도 싸우기 귀찮으니까 봐주겠다는 심산으로 풀고 내려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하아...동생이란 존재란...
뭐해? 하니까
우리 누나 착하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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