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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가는 날/2016년 이탈리아-독일-폴란드

[이탈리아 밀라노] 첫 날, 알이탈리아 타고 밀라노로 (2016년 9월)


알 이탈리아 항공은 올해로 두 번째.


탑승 전 염두에 두었던 것

1. 기내가 춥다는 것. 치마 대신 바지를 챙겨 입고 혹시 몰라 손가방에 여분의 양말도 넣어두었다. 그리고 역시 추웠다.

2. 기내 식사가 맛이 없다는 것. 그런데 이번엔 한 입만 먹어야지,하고 떠먹은 라자냐가 맛있어서 와인과 함께 클리어해버림ㅎ

  

이번에 알게 된 것

이코노미 프리미엄 좌석이 투자할만하다는 것. 이코노미보다 조금 비싸지만 자리가 넓고 뒤로 많이 젖힐 수 있다. 

- 예전에는 비행기 타는 것이 식은죽 먹기였는데 언젠가부터 좀이 쑤시고 힘들다.

-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에서 꼭 이코노미 프리미엄을 선택해야지, 생각함



- 2시간 잠 + 2 시간 미리 저장해 간 드라마 '질투의 화신' + 또 다른 2시간 영화 '팻의 이중생활, 부산행' + 나머지 시간은 책을 보며 경유지인 로마 공항에 도착하였다.

- 비행기용 책으로 에어비앤비 스토리북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챙겨갔는데,

뭔가 본격적으로 읽어야할 것 같은 하루키의 책을 미뤄두고, 에어비앤비 스토리북과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의 부록으로 받은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열 가지 시선, 열 가지 발견')을 먼저 읽었다.

두 책 모두 '여행을 일상처럼'하는 이야기인데, 예를 들면, 발길 닫는 데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지인처럼 등등의 말이 많이 나온다. 

내 일상과는 많이 다른데...? ㅎㅎ 

- 여유있고 세련된 스타일의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금전적/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져서 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지 않아 가난하고 빡빡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을 것이고, 그것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 로마 공항

인천공항에서 공항 정체로 30분 넘게 늦게 출발하였는데, 로마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환승을 위해 걸어가면서,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여행을 온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미친듯이 다른 나라를 경험하고 싶었던 2008년 이후, 이제는 거의 2년 혹은 1년마다 유럽 여행을 떠나는데, 올해는 어딘가를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버부킹 보상으로 받은 바우처 덕분에 싸게 비행기를 끊을 수 있었지만, 바우처 때문에 밀려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 밀라노 Linate 공항에서 중앙역가는 길 

공항 밖을 나오면 중앙역 가는 버스를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어둡고 비가 오고, 쫓아갈만한 사람이 많지 않아 순간 멍했다. 

출발하기 전에 찾아본 바로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 첫 번째는 공항 버스. 중앙역으로 바로 직행하고, 가격은 5유로.

- 두 번째는 73번 시내 버스를 타고 시내 어딘가에 가서 중앙역 가는 다른 시내버스를 갈아타는 법. 장점은 24시간 시내버스 이용권을 4.5유로에 사서 다음 날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

- 나이들고 지친 나는 비싸지만 편한 공항 버스를 타야지,했지만 찾지 못해 헤매던 중에 73번 버스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라도 타자 싶어 빨간색 시내 버스표 판매 기계 앞에 서 있는데, 내 앞에 버스 표를 구매하던 아저씨가 어디 갈 것인지 물었다.

중앙역에 가고 싶다고 하였더니 저-쪽으로 가라며 버스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공항 바로 앞이긴하지만 조금 어둡고 생뚱 맞은 곳에 공항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기사분에게 5유로를 건네고 탑승하였는데 나 포함 고작 5명 뿐이였다. 살짝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받아온 유심칩을 바꿔 끼고 위치를 확인하는 둥 괜히 부산을 떨며 애써 생각을 잠재웠더니 금방 중앙역에 도착하였다. 

중앙역도 공항만큼 한적하여 살짝 당황스러웠다. 밀라노 = 대도시 = 사람많을 줄 알았는데...!

 

@ 밀라노 숙소 Ostello Grande Bello.  

숙소는  중앙역에서 엄청 가깝다. 아니 그냥 중앙역.

1층 로비에서 가라오케 타임을 가지고 있었음. 게스트들이 자진해서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노래방 기계까지는 아니고 반주곡을 찾아서 틀 수 있는 기계가 앞에 있는 것 같다. 썩 잘 부르지 않아도 열심히 부르고, 잘 모르는 노래가 나와도 호응이 좋다.


카운터 언니들은 다들 활기차고 친절하고 쿨내나는 느낌이다. 체크인을 하면서 숙박 기록지? 같은 양식을 작성하게끔 되어있는데 그 중 '좋아하는 노래' 를 적는 칸이 있다. 딱히 생각나지 않아 빈 칸으로 제출하였더니, '앞에서 노래 불러야한다며, 다음이 네 차례'라고 한다. 

노래 잘하고 흥이 많은 사람은 이럴 때 얼마나 신이 날까! 속으로 부러워하며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떨군다.


내가 묶을 방 옆 건물이 리노베이션 공사로 시끄러울 수 있으니 웰컴 드링크 한 잔 더 제공하겠다며 병뚜껑을 쿠폰으로 주었다. 일단 아껴두고.  첫 날치 웰컴 드링크로 와인 한 잔을 받아 마셨다. 

(바에 있는 바텐더가 미드 하우스의 주인공을 닮았다 ㅎㅎㅎ)



혼자 하는 여행에는 일기와 엽서를 많이 쓰는데, 가져간 펜에 잉크가 없었다. 출발 전날 발견하여 아침일찍 사갈까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끝내 못 준비했다.  

그래도 다른 것을 놓친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환전한 돈을 못 찾았거나, 유심칩이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거나....등등..의 더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을 몇 가지 떠올리며 정신 승리ㅋ

비행기안에서 꽤 잤지만, 피곤함 + 와인 덕인지 금방 잠이왔다. 시차 적응할 것 없이 12시가 되어 잠들었다.


첫날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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