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셋째 날
저녁에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에 눈이 떠졌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밖으로 나왔다. 안녕, 호스텔~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는데, 구글 지도를 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역시 나답지 뭐 ㅋㅋ. 자주 있는 일이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 건너편으로 가서 다시 탔다.
시간이 많이 남아 방심했을까. 그런데 또 길이 이상하다. 엉엉.
한적한 주택가에서 내렸는데, 타고 온 트램이 출발을 하지 않는다. 설마 나 때문인가? …에이, 설마. 그런데 정말 가지 않는다 ㅋㅋ.
혹시 몰라 앞 칸으로 달려가니 기사님이 어디 가냐고 물으신다.
“중앙역이요…”
곤란한 표정을 짓던 기사님은 급한 게 아니냐고 묻더니, 아니라고 하자 다시 타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방송으로 뭔가 말씀하시더니 한 여성분이 다가와 다음 역에서 같이 내리자며 도와주겠다고 했다.
으악… 기사님이 방송으로 ‘길 잃은 여행자를 도와줄 분’을 찾으신 걸까?! 😳 순간 인터네셔널 스뚜삣이 되어 부끄러웠지만, 너무 감사하기도 했다. 단지 ‘이상한 곳에서 내리는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걱정해주다니.
여성분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 환승한 끝에 무사히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앙역에서
먼저 파업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기차표 환불을 받으러 오피스로 갔다. 현금으로 샀으니 당연히 현금으로 돌려줄 줄 알았는데, 서류를 작성하면 계좌로 환불해준단다. SHINHAN BANK라고 쓰면서도 ‘알까?’ 싶어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한 번은 해외에서 입금된 금액이 있어 ‘와, 환불 받았구나!’ 하며 그 정확함과 따뜻함에 실컷 감동했는데, 알고 보니 철도비가 아니라 호스텔 이중 결제 환불이었다는 반전. 😅
한숨 돌리고, 스타벅스와 에스프레소 하우스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스웨덴 로컬 체인인 에스프레소 하우스를 선택했다. 꾸덕한 브라우니와 부드러운 카푸치노. 보통 유럽 여행을 하면 많이 걸어서 살이 빠지곤 했는데… 이번 여행은 글렀다.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 오전에는 여행일기를 쓰며 여유를 즐기다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예테보리 공항에서
예테보리 중앙역 버스터미널에서 공항(GBG-Landvetter)까지는 약 30분.
금방 도착한 공항은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면세점엔 스웨덴스러운 물건들과 먹을거리가 가득. .
유럽 밖으로 가야만 살 수 있다는 주류 샘플은 아쉽게도 포기했다.
음식들도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반전은, 맛이 별로였다는 것! ㅋㅋ. 코펜하겐 스타일의 청어 & 달걀 샌드위치를 시도했는데, 비릿하고 느끼하고 물컹물컹… 겨우 먹었다. 대신 스웨디시 맥주 Eriksberg는 훌륭했다.
공항은 마치 인테리어 숍 같았다. 반으로 자른 레몬 모양의 조명, 새장 같은 조명, 햇빛을 듬뿍 머금은 천장, 알록달록한 이정표, 민트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의자와 책장, 그 위에 전시된 골동품들까지.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파리로 향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다음 휴가도 무조건 북유럽!
너무 행복했던 북유럽,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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