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약속 없는 주말을 맞이하여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먹고 싶은 것 먹고, '혼자' 낮잠 자고, '혼자' 책 보며 빈둥거리기로 하였다. 혼자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하고 싶은 순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금요일
퇴근 길에 영화나 한 편 보고 들어갈까, 싶어 집 근처 영화관의 영화를 예매하였다. 집에 들러 짐을 놓고 분리수거도 하고 5분 전에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웬, 바보 같은 실수를. 티켓에 써있는 층과 영화관 번호가 맞지 않아 갸우뚱하며 찾아가는 중에 깨달았다. 한 시간 거리의 다른 영화관의 영화를 예매했다는 것을. 다시 예매할까 하다가 할인 받겠다고 할인가의 예매권을 사면서까지 예매한 티켓을 통으로 날린 것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할 것 같아 (사실 뭐, 영화를 보고 싶은 의지가 적었던거겟지만) 집으로 돌아왔다.
Flower Shop Mystery: Mum's the Word라는 영화를 보다말다하고 있었는데, '겨우' 마저 보았다. Hallmark 제작 영화라고 해서 패밀리 혹은 로맨스 영화를 예상했는데, 영화를 볼 수록 뭐지, 이건 ㅋ 딱히 분류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외국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이토록 어색함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ㅎ
검색해 보았더니 쇼퍼홀릭류의 시리즈 소설 중 하나를 TV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탐정 흉내내기 말고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마지막 대사에서 영화의 주제가 브룩 쉴즈의 탐정 흉내였나 추측해본다.
아무튼, 최근에 워낙 탄탄한 법정(어퓨 굿맨, 굿 와이프)/경찰(시그널) 영화 혹은 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너무나 시시했다.
영화를 보고, 피곤함이 몰려와 9시에 잠들었다. 금밤을 잠으로 불태우기는 정말 오랜만.
토요일
일찍 자는 것이 익숙치 않은 탓인지, 그대로 쭉 자지 못하고 밤 11시 30분에 깼다 ㅋ 생각해보니 드라마 시그널을 하는 날. 자는 사이에 온 카톡을 보니 반응이 핫하다. 바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다가, 출출해졌다. 다음 날 아침까지 참을까하다가, 연어 통조림을 따서 한 입 두 입 먹다가, 에라이하고 파스타면을 삶고, 양파랑 남은 연어랑 케이퍼랑 볶아서 먹었다. 일전에 참치를 넣어서 해먹던 것인데 연어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드라마는 여차하면 스포될 여지가 있으므로 내용과 감상은 생략.(은 사실 나도 보기 전에 다른 글로 스포당했었음ㅜ)
피망과 양파와 오이를 사다두면 생각보다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
처음에는 월남쌈을 해먹기 위해 야채를 샀다. 월남쌈은 재료를 씻어서 채를 써는 일이 조리해서 먹는 다른 음식보다 간단해서 자주 해먹게 되었다. 조금 물린다 싶을 때 무쌈을 사서 같은 재료에 크래미와 햄, 무쌈 정도를 추가하여 연겨자 장에 찍어먹었더니 그것도 먹을만했다.
원래는 아보카도를 김에 싸서 겨자장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미리 사둔 아보카도가 없기에 머리를 굴려보니, 원래 있는 오이와 양파를 참치마요네즈와 함께 김에 싸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거 같아서..., 실패해봤자 욕할 사람도 없고. 먹어보았다.
친구들한테 사진을 보내니 다이어트 음식이냐, 맛있냐.는 의문의 반응이 대부분이였지만, 상큼하니 잘 먹었다는.
삼겹살이 두 덩이 있었는데, 유통기간이 이번 주까지다. 하나는 토요일 저녁에 양파와 함께 구워먹고 하나는 일요일에 먹으려고 남겨두었는데, 요새 페이스북에서 즐겨보는 Tasty라는페이지에서 Korean style이라며 삼겹살 요리가 나오는 거! 타코와 치츠와 사워크림을 이용한 훨~씬 복잡한 요리였는데. 앞뒤 다 자르고 삼겹살 양념만 따라해서 간장, (물엿대신) 올리고당, (고추가루 대신)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구워먹었다 ㅋ 양파는 월남쌈 먹고 남은 그 양파 ㅋ
전날 먹은 오이.양파.참치마요네즈도 입맛에 맞아 그대로 다시 세팅하고. 커피까지 한 잔 뽑아 컴퓨터 앞에 놓고 먹은 아침이자 점심.
토요일에는 < 굿바이 마이 프렌드>로, 일요일에는 <코러스>로 꽤나 성공적인 두 편의 영화 선정을! (마션을 보다가 그만 둔건 묻어두고ㅋ)
굿바이 마이 프렌드 영화 감상: http://manroo.co.kr/224
코러스 영화 감상: http://manroo.co.kr/223
냉장고에 사과가 있었지 싶어서 껍질 채 깎아서 커피랑 같이 마시다 보니, 단쓴단쓴의 마력으로 사과 두 개. 커피 다섯 잔을 마셔버렸다;
컴퓨터 모니터를 침대 쪽으로 돌리고 반쯤 누워서 커피-사과-커피-사과를 먹으며 영화 보는 것은 정말 꿀맛이였다.
거기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ctrl+e로 캡쳐해주는 것은 오늘 배운 기술이다 ㅋ
점심 때는 참치 파스타를 해먹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전 날 먹은 연어 통조림 파스타와 비교했을 때 연어가 낫다는 혼자만의 결론을 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순간에 마음껏!하는 것이 이번 주말 계획이기는 하였지만,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싶을 줄 알았는데 ㅋ 잠자고 영화보고 먹고 싶기만 할 줄이야 ㅋㅋ
그래도 겨울철에는 꽤 해볼만한 주말나기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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