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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가는 날/2015년 엄마와의 유럽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 생애 최초 분자 요리, Disfrutar (2015.09)

2008년 스페인 여행 때, '분자 요리'로 유명한 엘 불리(elBulli)를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유명 인사들도 몇 개월 전에 예약해서 간다는 기사와 인당 30~40만원 한다는 가격을 확인하고 바로 포기하였다 ㅋ

 

그 인기는 여전한지 특정 기간에만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기간이 끝난 후에는 다음 해의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한 해 8,000명이 max인데 2백만!? (...ㅋ) 이상의 요청을 받는다고. 조...좋겠다.

(The restaurant had a limited season: the 2010 season, for example, ran from June 15 to December 20. 

Bookings for the next year were taken on a single day after the closing of the current season. 

It accommodated only 8,000 diners a season, but got more than two million requests.)

 

당시 분자 요리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기에,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겠거니 했는데,

wiki가 알려주는 설립 시기는 무려 1964년 

 

(요리를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분자 요리라는 단어에 꽂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언젠가 한 번...' 하고 있었는데 당시 등록했던 문화센터 요리 강좌 선생님이 슈밍화미코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고, 그 곳이 분자요리를 하는 곳이라고 하여 또 한 번 들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곳 또한 사회 초년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가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분자 요리 맛집을 발견하여, 과감하게! 예약하였다.

엘 불리의 Ferran Adrià(페란 아드리아)의 사단 Oriol Castro와 Eduard Xatruch가 하는 곳이라고하니. 

10년 동안의 위시 리스트를 한 번은 털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Distrutar(디스푸르타르), 도대체 쉽게 외워지지 않는 이름 ㅋㅋ 

- 영어로 Enjoy라는 뜻이라고 홈페이지에 설명되어있다.

- 현재 구글 평점으로는 elBulli가 4.4, Disfrutar가 4.7!!!

http://en.disfrutarbarcelona.com/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고, 예약 후 바로 확인 메일이 온다.

 

 

스페인어라 복사해서 구글 번역기에 붙여 보았더니 세뇨르 Lee~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뜻인거 같아서 안심. 

 

 

스페인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 오전 투어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가게를 찾아갔다.

 

가게 입구 쪽과 안 쪽의 분위기가 매우 다른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리에 앉기 전에 가게 안 쪽과 주방을 구경 시켜준다 ㅎㅎ

주방에서 한 가득 잘생긴 요리사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데 미식 전문가로 대접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깥 쪽에 앉고 싶었으나 예약이 다 찼는지, 메뉴가 달랐던 것인지 텅 비어있었고, 우리도 안 쪽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 홈페이지에 메뉴가 게시되어있으므로 메뉴판 사진은 생략 - 

 

70유로짜리 코스와 와인을 주문하였는데,

와인의 경우 한 종류의 와인을 글라스 또는 병으로 주문하는 방법과 음식 별로 와인을 페어링하는 방법(인당 35유로)이 있다.

원래는 1~2잔을 마실 작정이였는데 재미삼아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 받아보기로 했다 ㅎㅎ

어차피 돈 쓰는 김에 묻어가야지...하는 생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 ㅋㅋㅋ 

음.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하기에는, 그냥 너무 짜서 ㅎㅎ 다른 맛은 느끼기 어려웠다.

어떤 것은 먹을만했는데, 어떤 것은 벌칙 받는 기분이였다 ㅎㅎ

현장에 계셨던 쉐프가 우리의 반응을 느꼈는지 음식이 짠지 물었다. 스페인이 워낙 짜게 먹는다, 특히 이번 여름이 무척 더워서 더 짜졌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현지 사람들은 입 맛에 딱 맞는다며 너무 좋아하며 먹고 있다,고 하였다. 

 

 

 

한국인 쉐프가 한 분 계셨는데, 곧 있으면 한국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아마 지금은 한국에 계실 듯.

한국인이어서 우리 서빙을 담당하게 된 것인지, 원래 바(Bar)를 담당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나름 말 상대도 되어 주시며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분자요리가 실험정신이 강하고 손으로 오물조물하는 작업이 많이 보였는데, 한국 요리사들이 잘할 거 같긴하다 ㅎㅎㅎ

 

 

 

 

 

 

 

 

 

 

 

 

 

 

그래도 와인 프로그램 덕분에 재밌었다.

요리 별로 다른 와인이 제공되기 때문에 다음 요리를 먹기 위해 잔을 비웠는데 계속 리필해주는 바람에 ㅋㅋㅋ 

연거푸 마셨고, 코스 마지막에는 취해버렸다 ㅎㅎㅎ 

새로운 음식들, 뜻하지 않게 취해 엄마 손을 꼭 잡고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 가던 길에 발견한 Mango 매장에서의 옷 구경.

엄마도, TV에 나온 분자 요리를 이제 아는 척 할 수 있겠네,하며 좋은 점을 생각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았지만,

지금와서는 더없이 유쾌하게 기억되는 하루다.  

 

 

숙소에 들어가서 한 숨 쉬고 나가자며 4시부터 잠이 들어 저녁 9시까지 내리 잤다. 

잠결에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고, 스페인의 밤은 길다는 말을 들었기에 늦은 밤 길을 나섰다.

비가 온 다음이라 밤공기가 상쾌했다.

 

거리마다 쉽게 발견되는 Zara에서 엄마 목걸이도 하나 사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야경을 보기에 더 없이 좋은 바르셀로나 언덕, 카탈루나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 티켓을 끊을 동전이 없어 역사 안에 있는 카페와 슈퍼를 찾아갔는데 잔돈 바꿔주기를 거절 하여 매우 곤란할 뻔했으나 비싼 네스티를 사서 해결했다. 여행할 때는 다양한 화폐 단위를 구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하하 

 

2008년, 그리스 친구와 찾아갔던 카탈루나 박물관은 어두컴컴하고 마법의 분수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알고보니 쉬는 날이였는데

그날이 바르셀로나 마지막 밤이였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아쉬운 마음을 여행 일기에 기록해뒀는데,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렇게 아쉬웠던 곳이라, 엄마에게 굳이 보여드리고 싶어서 꾸역꾸역 찾아온 것에 비해 엄마 반응은 그닥 ㅋ

그래도 굳이 박물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야경을 보여드리고, 계단에 앉아 마법의 분수를 관람하레끔하고 시내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졌는데, 새벽까지 할 줄 알았던 음식점들이 생각보다 일찍 마감하여 다음 날 먹기로하고 숙소에 들어가서 빨리 아침이 오길 바라며 잠을 청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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