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의 아침
사진기(는 아니고 핸드폰이지만)를 꺼내들었을 때에는, 보통 찍고 싶은 대상 - 사물이나 사람이 있다.
그런데 쿠스코의 아침은, 무엇을 찍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무엇인가 꼭 간직하고 싶은 그런,,, 뭐 그런,,, 느낌 때문에 자꾸 카메라를 꺼내들게 하는 무엇이 있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이 순간을 만끽하자!며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가도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혹은 혼자 보는 것이 아쉬워서, 주섬주섬 다시 꺼내고,
이리저리 각도를 잡아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배경 중에 무엇이라도 잘리는 것이 아쉬운 -
너무 좋아서 아쉽고 아쉬운 그런 아침이였다.
UMA cafe
숙소 조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덕분에(!) 근처 카페를 찾아가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을 먹기로 하였다.
뭐 이런 날씨가 다 있어, 싶을 정도로 포근하면서도 청량하면서도 쾌적한 거리를 걷다가 급 오르막길을 만났다.
하늘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언덕 귀퉁이에 UMA cafe가 있었다.
1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는데, 내가 들어설 때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밀라노에서 일주일 정도 있으면서 Pave라는 카페를 4번을 갔다.
이제는 여행을 꽤 한 편이지만, 유럽을 몇 번 가보지 않았을 때에 바르셀로나를 단골처럼 들렀다.
낯선 곳을 가고 싶어하면서 그 곳에서는 단골 행세를 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UMA Cafe에서 한참을 앉아 일기를 쓰다가, 사장님과 수다를 떨다가, 또 보자며 인사하고 나왔다.
단골처럼. 이 곳에 있을 때 계속 와야지, 생각했는데 실천하지는 못하였다.
댕댕이들의 천국
쿠스코는 강아지들의 천국이다.
횡단 보도 한 가운데, 광장의 나무 그늘 아래, 따듯하게 데워진 돌 위에서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거나,
뒤에서 거침없이 달려와 다리를 치고 지나가기도 다.
어이쿠, 하고 놀랐다가 정신차리는 순간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지나가서 어이쿠,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같은 종류의 강아지가 한 쌍씩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쿠스코 광장
조용했던 쿠스코는 일요일을 맞이하여 행진과 구경꾼으로 가득했다.
Uchu Pervian Steakhouse
점심 식사를 위해서는 남미 카톡방에서도 추천하고 구글 평점도 4.7인 Uchu를 찾아갔다.
- 나는 맛있었는데, 누군가는 엄청 실망했다고 했던 곳
- 내가 갔을 때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누군가가 갔을 때는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고 했던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알파카 스테이크 집이다.
인테리어가 온통 민트색이였다. 이 날 Pariwana에서 체크아웃하고 Nao Victoria 호스텔로 짐을 옮겼는데, 그 곳도 온통 민트색이였다.
그러고보니 전 날 먹은 세비체도 민트색 그릇에 담겨져나왔다.
- 최근 친구가 말했다. 너가 민트를 좋아해서 민트가 계속 보이는 것인지, 민트가 유행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민트가 보여!
민트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이 곳에서도 창가에 자리잡았다.
고민할 것 없이 알파카 고기와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문하였다.
한 점 한 점 잘라 먹으며 사진을 찍다가, 일기를 쓰다가, 맞은 편 의자 옆자리에 콘센트를 발견하고 핸드폰 충전을 하다가,
까무룩하게 졸리워질 때쯤 낮잠을 자야겠다 싶어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Nao Victoria Hostel
파리나와와 이 곳 중 어디가 좋다고 할 수 없다.
파리와나는 쾌활했고, 이 곳은 조용했다.
파리와나는 한 골목 안 쪽에 있었고, 이 곳은 광장에서 지척이였다.
파리와나는 상업적인 친절함이 있었고, 이 곳은 (아마 착각이겠지만) 호감어리게 친근했다.
파리와나 숙소는 조금 널찍했고, 이 곳은 꽤 좁았지만, 파리와나에서 머문 방이 더 비쌌으니까 비교하면 안된다.
어쨌든, 두 곳 다 좋았다..!
저녁에는,
비니쿤카 투어를 예약하고,
알파카 의류 브랜드 Kuna가 할인 중이라,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드렸다. 골라보세요.
몇 번을 들락거린 끝에 가족들 선물을 잔뜩 샀다.
쿠스코 = 알파카
- 알파카가 맛있다고 알파카 고기를 먹고,
- 알파카가 귀엽다고 알파카 인형을 사고,
- 알파카 털이 부드럽다고 알파카 옷을 샀다
오래 전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를 엄청 좋아했는데.
엄청 좋아하면서도 되게 먼 나라, 낯선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의 쿠스코는 너무나 따듯하고 친근하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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