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사면 과식할거라며, 조금만 사자고 했다가, 그 날 밤에는 후회를, 다음 날에는 안도를 했던 음식의 양 ㅋ
와인도 한 병에 1만원 돈이라 4개나 사서 남은 것은 집에 가져가기로 했는데, 다 마셨다...
별의 별 주제로 수다를 떨다가 어느 순간 자자, 며 쓱 올라가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숙면이였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레몬 모양 창 밖으로 하늘과 나뭇가지가 보이는 장면이 너무 좋아서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간밤에 탁자에 쏟은 와인 때문에 얼룩이 진 테이블 보를 걱정하는 꿈을 꿨었다 = 실제 상황)
침대에 누운 채로 한참을 머물렀다.
이런 곳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하면 훨씬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아침 9시무렵, 한 명씩 돌아가며 씻고 있는 중에 호스트 분이 아침 식사를 가져다 주셨다.
(와인을 마시다가 흘린 테이블보.에 대한 용서를 구함)
레몬하우스의 아침식사햄+토마토 샌드위치와 에그 샌드위치.
아마도 일본식 간장을 살짝 뿌린듯한 삶은 계란.
요거트와 시리얼.
직접 기르신 호박과 곡물이 들어간 스프.
직접 원두를 갈아서 내리셨다는 커피.
가장 놀라웠던 것은 샐러드였는데, 감, 키위, 배, 석류(!!!), 견과류, 고수 등 몇 가지가 들어갔는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청량하게 기분 좋은 날씨였지만, 저녁 늦게 도착하였었기에 우리는 대부분 숙소 안에 머물렀는데,
탁 트인 유리 창 덕분에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
환한 아틀리에 공간에서 그림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슬그머니 다시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침대에 몸을 뉘워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전에도 여유있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 무렵에 집을 나서면서 다음에는 에버랜드 가지 말고 처음부터 이곳으로 오기로 한다ㅋㅋ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남긴 나의 후기
머무르는 내내 부모님 생각이 나서 결국은 4월에 다시 예약했습니다. 예약하는 과정에서, 도착하는 날, 머무르는 동안, 본의 아니게 번거롭게 해드리고 실례스러운 일도 많아서 죄송한 마음이였는데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낙에 깔끔하고 단정해서 조심스럽기는했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집과 그림과 가구들 하나하나까지 주인의 취향이 베어있는 느낌이였습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 여행 느낌이 안나면 어쩌지 했는데 공간만으로 힐링이 되는 색다른 느낌이였습니다. 이 곳에 머물렀던 분들이 후기에 왜 그렇게 수필을 써놓았는지 알겠더라구요. 레몬 모양으로 된 창문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인상 깊었습니다. 숙면을 취하고 눈을 떴는데 창밖으로 나뭇가지가 보이니 꿈을 꿨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좋은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였습니다.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호스트님의 후기
여자분들만의 즐거운 하루밤이었어요. 웬지 이런 게스트일때는 호스트인 저도 마음이 설레어집니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와 꿈이 마구 언어가 되어 쏟아질것 같은 그런 밤이었을꺼란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또 오시겠다는 말씀을 하시고 아쉽게 더나셨지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참석 전에 이전 클래스에서 만든 사진을 보고 사실은 살짝 실망하였다. 의자 부분이 동그랗고 아랫 부분은 삼발로 된 귀여운 스툴을 기대했는데, 투박한 네모 상자 같은 스툴이였다. 만들어놓고 내가 만든거라고 뽐내기 민망 뻘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클래스는 커다란 나무 판대기를 자르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재단, 톱질, 망치질, 사포질의 과정을 거치며ㅕ 내가 만들 수 있는 스툴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귀여운 스툴이였구나, 깨달았다 ㅋ-ㅋ
/급겸손/
스툴을 만든 장소는 해방촌 'ㅊ(치읓)'이였다. 이름이 특이하다 ㅎㅎ
클래스를 오픈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어마어마한 장비를 받아 들고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인당 톱, 망치, 삼각자, 줄자, 막대자, 장갑, 그리고 연습용 나무 판대기를 나눠주었다.
우선 톱이 제 갈길을 갈 수 있도록 톱길을 그려줘야 한다. 조심스레 양 끝에 점을 찍고 그 점을 이어 선을 만든다.
톱질은 톱의 각도를 잘 조절해줘야 한다. 톱의 각도를 낮춰 살살 길을 터준 다음 조금 세워 슥삭슥삭 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면 된다. 속도와 힘을 많이 들이지 말라고 계속 주의를 받았는데 하다보면 자꾸 빨라진다.
"어디서 발주 받아서 제작하시는거 아니죠? 고객이 기다리나요?" 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회사에서 언제나 "을"이다보니 을의 마인드가 각인된 것일까 ㅠ 왤케 마음이 급해지는 것인지. 불쌍한 것 ㅎㅎㅎ
실전용 판대기는 연습용 판대기에 비해 훨씬 부드러웠다. 일부러 그렇게 준 것일까? ㅎㅎ 수월한 느낌 덕에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졌다.
톱질을 하다보면 톱밥이 길을 가리기 때문에 입으로 후후 불어주며 해야한다. 열심히 톱질을 하느라 잠시 잊고 있다가 후~ 불었는데, 톱이 길을 벗어 나 있을 때의 참담함이란. 그래도 다행히 제 갈길을 찾아갈 수 있었고, 신기하게 크게 티는 나지 않았다. 곱게 재단된 나무들을 벽에 세워 바라보니 기분이 좋다.
망치질을 하기 전에 본드로 각 끝을 고정시킨다. 못으로만 고정시킬 경우 금방 틀어진다고 한다. 욕심에 본드를 듬뿍 발랐더니 마구 새어나왔다. 이런 젠장.하고 장갑으로 슥삭슥삭 닦았더니 다행히 티가 나지 않는다.
못이 꽤 길기 때문에 옆으로 삐져나오지 않도록 수직으로 잘 넣어줘야 한다. 못의 위치를 잡고, 한 쪽 손으로 고정하여 조심스레 망치질하였다. 다행히 8개 모두 예쁘게 성공!
시작전에 작가님이 말씀하시길, 너무 잘하려고 욕심내지 말라고 하여, 어찌 그럴 수가 있겠어!? 인생에 스툴 몇 개 만들겠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이왕이면 예쁘게 잘 만들어야되지 않겠어?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얘기였나. 톱이 조금 비뚤어져도, 본드가 조금 새어도, 큰일날 일은 없다. 스툴은 예쁘게 탄생하였다.
밖에서 플라워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Airbnb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무료 장미 한 송이와, 꽃 한 다발을 사들고 근처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자그만한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해방촌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그 중 7ate9을 찾아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메뉴의 브런치가 나오는 가게여서 좋았다. 크로와상도 바삭하니 맛있고, 수란도 시큼하지 않아 좋다.
집에 돌아온 후 -
아침부터 톱질을하였더니 피곤하여 낮잠을 잘 생각이였는데, 세팅부터 하고 잘까?!싶어 시작하였다가 한참이 걸렸다.
도라지차가 담긴 유리 병이 적합해보여서 도라지차를 다른 통에 옮겨담고, 꽃에 묶여있던 노끈을 옮겨 묶었다.
꽃이 휑하게 보이길래 인형을 같이 두었다.
친구에게 두 개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두 사진 다 예쁜데, "꽃이 혼자 있는 사진은 꽃이 외로워보이고, 인형을 같이 두니 네가 외로워보인다ㅋㅋ"한다. 하하 아닌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