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도착한 예테보리 중앙역에서 2년 전 스페인에서 알게 된 친구 헨릭을 만났다. 고생 끝에 만난 터라 두 배 세 배 반가웠지만, 부끄럽고 쑥스럽기도 했다.
헨릭은 시내에서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바로 버스로 향했다. 내가 교통권을 사는 동안 스웨덴어로 척척 대화하는모습이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스웨덴어 좀 하는데?”
교통
예테보리 시내에서 버스와 트램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교통권은 1일권 80크로나, 3일권 160크로나. 나는 하루 반만 있을 예정이었지만 2일이나 3일이나 가격이 같아 3일권을 구입했다.
교통권을 구입하고 버스를 탔더니 버스에 타고 있던 무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순간 헨릭 친구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냥 시끄러운 무리였다. 헨릭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silly한 사람들”이라고 변명(?)하는 것을 보니, 일종의 인종 차별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저 낯선 시선과 관심 정도로 느껴졌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가 맞나...)
시내 펍에는 헨릭의 친구 사이몬과 마이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페이스북으로 안부만 주고받던 사이라 오랜만에 만나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걱정도 잠시였다. 환영의 문화가 오래 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것인지, 반가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그들의 표정과 말과 제스츄어에 금세 즐거워졌다.
인종 관심ㅋ은 펍에서도 이어였다. 동양인이 많지 않은 도시라서 그런지, 일행의 어깨를 툭툭치며 쟤(나) 어디서 왔는지 물었댔다.
사실, 외국에서 생긴 일이라 딱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이몬과 마이클과 헨릭은 어쩔 줄 몰라하며 우리 나라(스웨덴)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인종 차별이 적은 편이지만 여전히 있다며 해명 & 변명 & 사과하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난리났다. 하하.
이들은 영화관에서 알바하다가 친해진 친구들이었고, 주말에는 영화관 종일 알바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하고 낮 시간에 나 혼자 돌아다닐 수 있도록 루트를 짜주었다.
사이몬은 셋 중 공부를 제일 잘한다더니, 야무지게 갈 곳을 적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사이몬이 짜준 일정에는 없지만, 점심을 예약한 식당 Sjömagasinet이 있는 해변가로 우선 갔다. 캬 날씨 끝내주고~
호스텔에서 아침을 너무 먹은탓에 배가 너무 안 고파서 ㅠ 좀 걷다보면 꺼지겠지 싶어서 계속 걸었으나 ㅠ 그래도 배가 안 고파서 망설이다 밖에서 사진만 찍고 결국 식당은 안갔다.
식당을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식당 덕분에 찾아온 이곳은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이렇게 쭉 걸어나가면 북해에 다다르는 것 같은데 ㅎㅎㅎ 어디 한 번-가보...까..
꽤 거닐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로 결심했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곧 배가 고파질지도 몰라 카페와 식당들이 있다는 Haga에 가기로 했다.
예테보리에서 너무 좋았던 건, 트램을 마음 껏 탔다는 것이다. 자유 교통권이 있는 덕분에 말그대로 hop in 어라 잘 못 탔네 싶으면 다시 내려서 건너서 hop in 하였다. 트램이 다니는 가로수길들도 예쁘다.
Haga Haga는 너무도 마음에 드는 곳이였다. 돌로 만들어진 길 위에 벼룩장사꾼들이 주제없이 물건을 진열해놓고 호객행위도 없이 물건만 정성스레 만지고 있었다.
식당 밖에 먹음직스러운 빵을 세팅해놓고 브런치를 팔고 있던 식당도 있었고 (Café Kringlan)
예쁜 디자인의 문구를 파는 가게들도 많다.
그 중 한 곳에서 팔고 있었던 한국 회사 수첩은 분명 가격 3000원이라고 써있는데 스웨덴에서 10,000원인가 15,000원 인가에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 물건을 가져와 장사를 해야되는거 아닌가?!
올리브유를 잔뜩 팔던 가게에는 여러 종류의 발사믹과 시식해볼 수 있도록 빵조각도 있다.
인테리어 소품을 팔던 가게에서 예뻐서 찍은 글귀들을 그 자리에서 친구들한테 보내줬더니,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설정하였다고 한다. 문구 중에는 Life's Short...Eat Cookies (인생은 짧다, 그러니 쿠키를 먹어라)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대부분의 식당이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EN DELI (Haga Nygata 15)
여러 가지의 음식이 담겨져있고, 가격별로 3~5가지를 고르는 시스템이였던 이 음식점에는 사슴 같이 생긴 웨이터가 친절하고 상냥하게 주문을 받았다. 모~~~든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구성도 있었지만, 욕심을 덜어내고 5가지 + 맥주를 주문했다. 가격은, 5가지 음식 95 크로나 / 맥주 69 크로나 / 스프 + 빵 10 크로나 색이 예뻐서 일단 만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였지만 음식은 조금 짠 편이였다.
그렇구만,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자 한 명이 나타나더니 막춤을 추었다. 그러더니 또 한 명이 나타나더니 같이 춤을 춘다. 예쁜 처자 둘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춤을, 자유롭게 신이나서 한참을 추다가 사라졌다. 내 눈에만 신기한건지, 모두가 태연한 모습이다. (사진 왼쪽 여자 두 명, 맞은 편에 큰 악기를 든 두 남자 분이 있는데 사진에는 제대로 안나왔다 ㅠ)
The statue of Poseidon
다음은 대로라고 할 수 있는 Kungsportsplatsen를 찾아갔다. (Haga가 인사동 혹은 삼청동의 분위기였다면 Kungsportsplatsen는 강남역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두 군데 모두 훨씬 더 야외 테라스가 많고 탁 트인 분위기였다.)
그 거리 끝에 있는 Götaplatsen은 콘서트홀, 극장, 박물관 (Gothenburg Museum of Art)으로 둘러 쌓여있는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운데에 이곳의 명물인 포세이돈 동상이 있다.
전 날 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이 곳을 지나가며 포세이돈이 잡고 있는 물고기의 위치가 애매해서 사람들이 말이 많았다는 마이크의 말이 기억나서 그대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ㅋ 그 말을 할때 사이먼과 헨릭이 헛헛하며 민망해하고 나도 헛헛 했지만 ㅋㅋ 뭔가 이 동상을 만든 조각가(Carl Milles)의 의도가 전혀 없지 않지 않았(뭐라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배경과 어우러져 늠름한 모습이다.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포세이돈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음...그런데 사진에서는 안 느껴지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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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예테보리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던 날로, 예테보리에서 굉장히 드문 날이였다. 온 도시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전 도시에 남아있는 호텔/호스텔 방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Håkan Hellström라는 예테보리 출신의 북유럽의 유명 가수가 이 곳에서 콘서트를 열었기 때문이였는데. 기사에 따르면 70,000명 가까이 콘서트에 참석하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안 좋았던 것이 ㅠ 콘서트가 시작되는 저녁 6시에 길거리에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다음날 아침 중앙역으로 향하는 거리는 전날부터 놀던 젊은이들이 토하고 난리 났었다는 것..............ㅠ
콘서트 하나로 도시 전체가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사실 원래 모습을 모르니 변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ㅋ! 평소에 그러긴 절대 힘들 것 같다!) 정말로 놀라웠다. 덕분에 Kungsportsplatsen을 따라 내려가며 엄청난 인파를 구경하였다. 그래서 금방 피곤해지고, 호스텔에서 잠들어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ZZ.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예테보리는 2년 전 스페인에서 만난 스웨덴 친구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 친구는 “서울에 꼭 가보고 싶다”고, 나는 “언젠가 예테보리에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휴가는 파리를 목적지로 정했지만, 한 도시 정도는 더 가고 싶었다. 다만 선택이 쉽지 않았다.
도시 선택의 고민 처음 떠올린 곳은 암스테르담이었다. 하지만 이미 ‘파리 인–파리 아웃’ 할인 항공권을 예매한 상태라 변경 수수료만 10만 원. 게다가 ‘파리 인–암스테르담 아웃’ 항공권이 더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억울하기도 했다. “더 비싸게 갈 수는 없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도시를 고민하다가 북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코펜하겐. 그리고 기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예테보리를 함께 묶어 이번 여행지로 정했다.
여행 계획 여행 기간: 2014년 6월 6일~8일 이동 계획 코펜하겐 → 예테보리: 현지 도착 후 예매 예정 (6일 오후 5시 출발, 8시 도착 고려 중) 예테보리 → 파리: 에어프랑스 AF-1353편 (6월 8일 12:50 GOT 출발 → 15:00 파리 샤를드골 도착) / 요금 67.71€
사전 조사 예테보리는 흔히 가는 도시가 아니다 보니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정식 명칭 Göteborg(예테보리), 영어식 표기 **Gothenburg(고텐부르그/고테부르그)를 바꿔가며 검색해야 했다. 예테보리 맛집, 고텐부르그 맛집, 예테보리 관광, 고텐부르그 관광… 검색어만 바꿔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관광 포인트는 대략 이렇다. 노르드스탄(Nordstan): 북유럽 최대 쇼핑몰. 쇼핑에 관심은 없지만 수공예품과 보세 상점이 많다니 시간 나면 방문 예정. 시청 광장, 구스타프 아돌프 동상, 스토라 함 운하 쿵스포트아베뉜(Kungsportsavenyn): 시내 중심 거리 예타 광장: 포세이돈 분수 오페라 하우스, 선착장, 리세베리 놀이공원 예테보리 원예협회 공원(Trädgårdsföreningen)
꼭 가야 할 곳을 정해두기보다는, 그냥 걷다가 발길 닿는 곳을 보는 식으로 여행할 생각이다.
레스토랑 예약
그래도 점심은 예약했다 😆. 수첩에 ‘예테보리 맛집’이라며 적어둔 네 곳—Sjömagasinet, Fiskekrogen, Wasa Allé, Kometen 중 첫 번째인 Sjömagasinet을 검색하다가 그대로 예약 완료.
매력 포인트 1775년 건물, 동인도회사 창고로 쓰였던 공간 해변가 위치 미슐랭 1스타 예약 시스템에서 ‘정찬’ 또는 ‘해산물 뷔페’를 고를 수 있길래 찾아보니, 여름(5월 12일~8월 30일) 한정 해산물 뷔페였다. 예테보리의 해산물이 유명하니 꼭 먹고 싶긴 했지만, 메뉴를 따로 주문하면 무슨 생선인지 구분도 못 하고(연어나 광어 정도만 알 수준 😅), 랍스터는 비쌀 테고, 엉뚱한 메뉴가 나오면 멘붕이 올 것 같았다. 그런데 해산물 뷔페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가격 3코스 495 SEK 2코스 465 SEK 메인만 280 SEK 여름 뷔페 395 SEK (약 6만 원)
예상보다 합리적이었다. 2008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여행 때, 분자요리로 유명한 엘 불리를 가보려다 예약 실패+몇 십만 원대 가격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어 더 반가웠다.
점심 시작 시간 12시 30분으로 예약 확정!
예약 확인 메일 Thank you for booking at Sjömagasinet. We are pleased to confirm your Lunch booking on Saturday 7 June 2014 for 1 person at 12:30. The offer you booked is: Wagners sommarbuffé - 12 maj-30 aug Sjömagasinet: Klippans Kulturreservat, Adolf Edelsvärds Gata 5, Göteborg 414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