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랑에 빠진 도시는 시카고, 바르셀로나, 그리고 상해. 

그 중 바르셀로나는 네 번, 상해는 다섯 번을 갔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유럽 여행을 할 때 코스가 꼬이더라도 억지로 넣어서 가곤 했는데,

이번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그랬다.

남미의 여러 매력적인 여행지를 포기하고 페루에서 훌쩍 건너갔다. 50만원이나 하는 항공권을 사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왜 오고 싶었을까.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다녀온 지금, 또- 간절히 가고 싶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사랑한 이유

날씨가 너무 좋았다. 

쿠스코도 꽤 좋은 편이였지만, 아침 저녁으로 추웠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내내 따듯했다. 

부드러운 햇살과,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가 나를 감싸며 따라오는 느낌이였다.

 

사람들이 친절했다. 치안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전혀 모르겠다. 

(그러니까, 분명히 치안 문제가 있겠지만, 일상적으로 위협적인 느낌이나 불안감이 들지는 않았다.)

특정 지역에 갔을 때, 핸드폰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핸드폰을 노리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몰랐겠지ㅋ)

 

카페나 펍에는 잘생기고 건장한 직원들이 다정하게 서빙한다. 그 다정함은 음식을 고르거나 자리를 옮기고 싶을 때, 노트북 전원을 꽂을 콘센트를 찾을 때, 쉽게 느낄 수가 있다.

 

스테이크는 기대만큼 싸거나 맛있지는 않았지만 아르헨티나면 소고기지!하는 핑계로 내내 고기를 찾아먹는 것도 좋았다. 

 

-

 

첫 날은 이동에 많은 시간을 써서, 호스텔 체크인을 하니 이미 저녁 시간이였다. 

모바일로 Tango Porteño(탱고 포르테뇨)를 예약하고 Parrilla "Don Julio"를 찾아갔다.

혼자서 스테이크를 멋지게(?) 먹을 생각이였는데, 대기가 많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탱고 공연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 포기하고, 다음 날 저녁을 예약하고 나왔다.

 

 

Tango Porteño

1800페소 +팁

 

우버를 타고 탱고 포르테뇨 극장을 찾아갔다. 

입구에서 이름을 말하면 자리 번호표를 뽑아주고 직접 안내해준다.

 

    

 

무대는 짧지만 재밌었다. 

뮤지컬처럼 스토리가 있는 공연도 있고, 탱고와 탭댄스, 서커스를 결합한 듯한 쇼도 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우버를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호스텔 직원들이 감자를 구웠다며 먹어보라고 하여 앉아서 한참을 수다 떨었다. 

동서양 사람들은 외모가 달라 서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내가 18살이라고 해도 믿을거란다ㅋ)

어떤 이는 음악하고 있다며 본인의 연주 영상을 설명을 곁들이며 한참을 보여주었다. (이때 졸뻔했다)

언젠가 머물렀던 한국 손님이 놓고 간것이라며 동서 벌꿀을 찬장에서 꺼내와 보여주기도 했다 ㅎ 

 

 

손님들이 한 무리씩 밖에서 돌아오면서 새로이 또 인사하고, 이야기하다가 이러다 날새겠다 싶어 방으로 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햇살을 보기 전이였지만, 충분히 따듯했던 하루였다.

반응형


호스텔 직원이 마추픽추가는 버스 타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준 덕분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한적한 거리에 안심하고 여유있게 걸었더니, 이미 줄이 한참 서있었다.

다행히 버스가 금방금방 들어와 줄도 금방금방 줄어들었다.


  

  



입장하고 곧바로 와이나픽추를 찾아갔다. 와이나픽추 입장문은 7시 오픈이다. 

아무도 없길래 입구 반대 쪽을 구경갔다가 왔더니 줄이 한참 길어져있었다.

입장할 때는 들어가는 순서와 시간과 이름을 적는다. 나오는 인원 수와 맞춰보기 위함인것 같다. 


마추픽추보다 하루에 입장 가능한 인원 수가 적어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해야만 갈 수 있는 와이나 픽추는.

다녀온 입장에서는 가기 잘했다, 싶지만, 표가 없어서 못 간 경우 크~게 아쉬워할만한 곳은 아니였다.

가파른 산을 Z자로 올라가며 온몸이 땡기는 것이 좋았고,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에서 본 페루의 높~은 봉우리를 올라가 본 것 같아서 좋았다.

전경은, 그냥 그랬다. 


  

  

  


같은 길을 내려와서 출구에서 이름을 찾고 확인 서명을 한 후 나오면, 마추픽추 바깥으로 연결되어 나와버린다. 홀,,,

마추픽추 표를 주섬주섬 찾아 보여주고 다시 들어왔다.


  

  



Sun Gate 이름에 혹하여

입구에서 Sun Gate 팻말이 보이길래 아무 생각없이 방향을 틀었다. 

눈에 보이는 길 끝에 있는 줄 알았던 Sun Gate는 한 시간 반짜리 등산 코스였다.

한참을 가다가 포기하고 돌아갈까하는 시점에 구글맵을 보니까 딱 반쯤 왔다. 

뒤로 한 발, 다시 앞으로 한 발, 망설이다가, 끝까지 갔다.

그 끝에 딱히 볼만한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마추픽추로 다시 돌아내려오는 길에는 비가 오기 시작했지만.

다른 그룹을 가이드하는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핫스팟에서 사진도 찍고, 동행한 알파카 인형이랑 한참 놀았다.



  

  



마추픽추를 입장하고 7시간이 지나자 도무지 피곤해서 내려가야지 싶었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기절한듯 자고 숙소에서 핸드폰 충천을 한 후 짐을 챙겨 나왔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Mapacho Craft Beer에 갔다. 피곤했던 탓인지 햄버거와 함께 한 맥주 한 잔에 알딸딸해졌다.


여유있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이라고 생각했던 기차역을 찾아가는 시간이 조금 걸려서 쫄깃해졌지만, 

무사히 기차를 탑승했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꼭~ 옆자리에 할아버지들이 타신다. 막 왼쪽에 한국 할아버지, 오른쪽에 외국인 할아버지.

이번 기차에서도 할아버지 일행들과 함께 했다. 


  

  


보통 외국인들은 마주하면 미소도 지어주고, 인사도 나누고 하는데, 마주앉은 사람이 심하게 무뚝뚝하여 시무룩했지만,  

다행히 기차의 전체 분위기는 들썩들썩했다. 

돼지 탈과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와 춤과 재롱을 보여주기도 했고, 

카트를 끌고 나와서 우리에게 음식과 커피를 주던 승무원이 갑자기 모델로 변신해서 페루 전통 의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본인들이 선보인 의상들을 판매했다.)


  


마추픽추에서 페루로 돌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 기차를 타고 오얀따이땀보를 가서 그 곳에서 콜렉티보를 갈아타기도 한다는데,

나는 기차를 타고 쭉 쿠스코 포로이역까지 갔다. 

포로이역에서 쿠스코 광장까지 택시를 타고 갈 계획이였다.


처음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을 때 택시 흥정을 실패했던지라, 쿠스코에서 만난 사람들이 일러준대로, 달라붙는 택시 기사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너무 무시해버린 것인지 어쩌다보니 모든 택시 기사를 다 뚫고 휑한 주차장으로 나와버렸다 ㅋ

아니, 막 10솔씩 깎으면서 계속 따라온다며 ㅠ

다시 돌아가야되나?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어떤 외국분이 택시를 같이 타겠냐고 물었다. 

기차에서부터 보던 사람이라 그러자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거 같다 ㅠㅋ

다행히 좋은 분이라 무사히(?)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쿠스코에서 마지막 저녁을 즐기려고 했으나,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자기로했다.

 

호스텔에서 만난 직원은 그새 정이 들었는지 살갑게 챙겨줬다.

다음 날 비행 시간이 일러서 6시 15분에 나가야한다 하였더니, 택시도 예약해주고, 시간에 맞추어 아침 식사도 준비해줄테니 꼭 먹고 가라고한다. 


다음 날 아침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는 날이기에, 이 날이 쿠스코 마지막 날이였다. 


쿠스코 여행 일정을 길게 잡은 나, 칭찬한다.

투어는 투어대로, 쿠스코를 휘젓고 다닌 날은 그런 날대로,

행복했다. 아니, 지금까지도 행복하다.

반응형

마추픽추를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성계투어이고, 

내가 가장 끌렸던 것은 2박3일 정글 투어였다.

그런데 출장 이후 체력이 점점 자신 없어지기도 했고, 쿠스코에서 만난 사람들의 정글투어 후기가 썩 좋지 않아

결국 성계 투어를 하기로 했다.

 

여행사 파비앙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했으나, 

막상 쿠스코에 와보니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파비앙이 눈에 띄기도 했고, 

귀찮고 (여우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날까봐) 두려운 마음에 파비앙에 들어가 버렸다.

 

마추픽추 입장권과 돌아오는 기차표가 있다고 말하고, 1박 2일 투어 중 입장권과 기차표 값을 빼달라고 말한 거 같은데...

그런 줄 알았는데...나중에 알고보니 나 혼자 말하고... 나 혼자 협상하고... 나 혼자 협의한거였지만...어쨌든...예약을 하였다. 

 

7시. 약속한 시간에 맞춰 파비앙에 찾아갔더니 첫 인상이 좋지 않은 부부가 대기하고 있었다.

첫 인상에 대한 판단은 물론, 지극히 (((내 기준)))이다. 

 

나는 촉이 무딘 편이지만, 아주 가끔은 정확한데, 그 부부는 처음에는 나를 서운하게하였고, 나중에는 부끄럽게 하였다.

 

그 얘긴 나중에.

 

일단 그전에, 투어 이야기부터 하자면, 

성계투어의 첫 번째 코스로는 천연 염색을 시연해주는 마을엘 갔다. 

음. 마을이라기보다는, 민속촌 혹은 기념관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꽤 넓은 상점을 지난 후 천연 염색을 시연하는 장소에 도착한다. 

각기 다른 여행사에서 온 여러 그룹이 모이면 능숙한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는데 제법 재밌다. 

양뼈를 보여주며, 이 것은, 이 곳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가는 여행객의 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농담인데, 농담 같이 않아....ㄷ

 

아무튼, 갖은 재료로, 양털을 염색하는 법을 알려준다

 

 

 

열심히 설명을 듣고 나오는 상가에서, 어쩐지 비싸게 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무시하고, 

조카들 선물용으로 모자를 한 세트 샀다.

아무래도 뼈협박이 먹힌 거 같다.  

 

조금 더 가서 도착한 곳은,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많은 골목들과 지붕들이 보이는 마을다운 곳이였다.

 

이 곳은 아까 만난 부부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곳인데, 생각해보면 서운함은 내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감정이니, 뒷담화를 할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체 무엇을 근거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뭐라도 기대하냐 말이다.

 

입장료를 사고 올라가는 곳에서부터 수로 같이 보이는 홈이 파여있는 것을 보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조심하고 신경쓰면 더 걸려 넘어지는 법인가. 그곳에 발을 낀 채로 대차게 넘어졌다. 

부끄러운 마음에 잽싸게 일어났지만, 무릎을 수직으로 찍으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잘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넘어지면서,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예상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탄식과 안쓰러운 반응들.

그런데 웬걸 그 부부는 '어머,,푸흐흡'하고 비웃었다. 

오..그래...? 조금 황당했지만, 모든 감정은 쌍방이니까, 반성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그리고 당연히 다른 일행들이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마을은, 마을만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햇살, 넓게 펼쳐진 구름들, 켜켜이 겹쳐진 지붕둘, 그 곳의 햇살을 품었을 법한 진흙을 쌓아올린 집들.

 

  

 

  

  

  

 

그런데 또 -_-;;;

나는 이 곳의 공기와 바람과 햇살이 좋아서 미칠 것 같은데 아까 그 부부는 끊임없이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았다. 

가이드가 빨리빨리 거린다고, 커미션을 받으려고 자꾸 가게 쪽으로 인도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블로그에서 빨리빨리 재촉하는 것이 불만이였다는 글이 있었다.) 

가이드 보다는 그 분들의 말투와 행위가 더 신경 쓰이고 거슬렸다. 

거리를 두고 그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외국 말 속에서 한국 말은 왜 그렇게 잘 들리는 것일까...

  

  

  

 

 

결국,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을을 투어하는 중에 몇몇은 말을 트고, 친해졌는데,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들끼리 앉기 위해서 자리를 조금씩 바꾸면서, 그 부부의 자리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에 차에 돌아온 부부는 원래 앉은 자리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된 것을 보고 분노했다.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서운함 정도로도 사람들은 기꺼이 자리를 내주었을텐데,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시작했다. 한국말로 "아 XXXXX 짜증나, 재수없어, 꼴보기 싫어" 라며 언성을 높였다. 

대부분은 못 알아들었겠지만, 그 느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내 귀와 눈을 의심했다. 

나와 같이 앉아있던 독일인은 "여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허허"하며 잘못한 것도 없이 머쓱해했다. 

결국, 가이드가 본인의 자리를 포함한 운전석 옆, 앞좌석을 양보했다.

 

그들 부부가 불만 불평했듯이, 시간이 촉박하긴 했다.

모라이에서는 10분이 주어졌다.

나는 가이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모라이를 한 바퀴 돌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돌아가기 위해 엄청 뛰어야만 했다. 

다행히 내 옆에 앉은 독일인도 잘못 이해했는지, 끄트머리에서 나랑 만났다.

같이 서둘러준 덕분에 마음은 안심이 됐지만, 차에 도착했을 때에는 숨이 터질 것 같았다.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는데,  페루 부부가 늦어서 기다려야 했다. 

가이드는 잉카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며, 기다리는 사람을 다독였는데, 

결국은 여행객이 그 나라 사람을 대표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음 도착한 곳은 살리네라스, 페루 염전.

미네랄에 따라 햐얀색~갈색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을 때는 그저그러하였는데, 사진을 찍어놓으니 보석같다.

 

  

 

점심으로는 부페를 먹었는데, 먹을만하였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상한 낌새가-

모든 것이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얼마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이다.

 

1박 2일 짜리 투어에 기차와 마추픽추 투어 비용만 제외된 것인 줄 알았는데,

아구아스 까리안떼까지 데려다주고 숙소도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나는 그냥 1일짜리 투어에 참석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내가 타고 온 투어 버스는 오얀따이담보에서 투어를 마치고 쿠스코로 돌아가는 것이였다. 

 

어쩐지 가이드가 계속 당일 기차표 시간을 물었었다.

나는 오얀따이담보에서 내려서 아구아스 깔리안떼로 '알아서'가야하는데, 

그 기차 시간에 늦지 않도록 챙겨주려고 물은거였다. 

무슨 기차?하는 나도, 기차 예약 안되어있어?하는 가이드도 당황하였지만, 

나 때문에 불편한 상황은 싫었다.

어쩐지 모두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안심시키고 혼자 초조해졌다 ㅋ ㅠ

 

마지막 코스인 오얀따이땀보는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했는데 

아구아스 깔리안떼를 찾아가야하는 심란한 길을 핑계 삼아 금방 내려왔다.

 

  

 

한-참을 걸어 기차역에 도착해서 꽤 비싼 값을 내고 기차표를 샀다.

기차 시간이 한참 남아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 

사실 돌아가는 기차를 페루 레일을 통해 예약했으니, 아구아스 깔리안떼를 가는 기차는 잉카 레일을 탔어도 됐는데, 

미처 생각을 못했다. 잉카 레일은 아마 더 빠른 시간의 기차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ㅠ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아구아스 깔리안떼 숙소를 찾아보았다. 

평점과 평판이 좋은 호스텔을 찾았는데 Booking.com에서 매진이여서 한 차례 좌절했다.

그런데 다행히 hostelworld.com에 자리가 있어서 예약할 수 있었다. ㅠ  

 

 

 

Mama Simona – Aguas Calientes

숙소에 밤늦게 도착하여 걱정하였는데, 사람들을 따라 들어간 시내 한 가운데 있어 안심하였고, 

친절하고 상냥한 직원 덕분에 편안해졌고, 폭신폭신한 침구 덕분에 엄청 행복해졌다.

 

 

여행 중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진땀이 흐를만큼 당황스럽지만,

어떤 식으로던 해결하여 마침내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에는 퀘스트를 깬 것 같은 쾌감이 느껴진다.

 

긴 하루가 된 이 날은 불평, 불만, 불안으로 가득했지만, 숙소 침대에 누웠을 때는 다른 날보다 더 행복했다.

 

반응형


비니쿤카를 다녀온 날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거의 12시간을 잤다.


  


8시쯤 일어나 Green이라는 식당에 아침을 하러 갔는데, 

친절한 편이고, 와이파이도 잘되고, 창가에 앉았고, 정말 신기하게도 또 민트색 그릇을 받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음식은 그저 그랬다. 


  


페루와 관련한 책 두 권을 가지고 갔는데, 그 중 쿠스코 성당과 관련한 설명이 있었다.

몇 개의 설명을 받아 적어 그 옆 성당 가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구경하였다.

- 잉카 시대의 비라코차 신전의 토대에 세워짐

- 요새 사크사이와만에서 날라 온 돌로 외관을 지음

- 내부 제단에 은 300톤을 투입함

- 제단 맞은 편에 성가대석이 있음

- 가운데, 바로크식 지붕에 매달린 마리아 앙골라종은 남미에서 가장 큰 종임

- 유럽 화풍과 잉카문화가 합해진 메스티소 화가들의 그림이 있음 

- Marcos Zapata 최후의 만찬에는 페루 음식인 쿠이가 그려져 있음

- 원주민 피부의 그리스도상이 있음


성당에서 나와서 찍은 광장 사진-(성당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ㅎ)



아침에 목베개에서 숨겨놓았던 200달러를 챙겨나왔는데 보이질 않았다.  

이놈의 200달러. 

광장 벤치에 앉아 한참을 찾다가 숙소에 돌아가서 또 한참을 찾았는데, 결국 들고나섰던 가방에 들어있었다 -__-


여행 가방과 침대까지 열심히 뒤진 뒤라 피곤이 몰려왔다. 

아 모르겠다, 하며 2층 침대에 올라 낮잠을 잤는데 4시간을 잤다.

점심으로 산드로 시장에서 닭국수와 츄로스를 먹으려고 했는데 벌써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산드로 시장

산드로 시장에서  닭국수는 찾지 못해서 못 먹고 과일 주스만 한 잔 했다.

옵션이 너무 많아서 고민하다가 대충 찍어 먹었는데 맛있었다 ㅋ


  

  


시장 밖에서 공연을 하길래, 쥬스를 들고 나가 구경하려고 했는데 매장에서 계속 사용하는 플라스틱 잔에 줘서 당황했고

걸죽한 주스 때문에 금방 배가 불렀는데, 거의 다 마셔갈 때쯤 믹서기에 남은 음료를 리필해줘서 또 당황했다. 


  


시장에서 시내 돌아오는 입구에 여러 사람에게 추천 받은 츄러스가게가 있어서 찾아갔다.

츄러스는 1솔인데, 크기가 엄청 컸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은만큼 인상적인 맛은 아니였지만, 느끼하지 않고 괜찮았다.

다만 마지못해 팔고 있는 듯한, 아직은 어려보이는 소녀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바쁘고 잘 팔리는 것이 그녀에게는 기쁜일이 아닌 것 같았다. 못마땅한 손님 1이 된 것 같아 괜히 머쓱.


  


츄러스 가게 바로 맞은 편 샌프란시스코 성당에 잠시 들렀는데, 그 앞에서 바라보는 저녁 하늘이 멋있었다.

성당 근처에 대학교가 있는지 학생들이 근처에 무리무리 있어서 캠퍼스 분위기가 났다.




Morona

저녁을 먹으러 Morona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맛있고 친절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반 이상 남겼다 ㅠ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가서 인원 수의 3분의 2만큼만 음식을 주문하면 될 것 같다.


페루에는 팁 문화가 없다고 해서 그 동안 팁을 안주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의 남다른, 그렇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친절에 대한 눈치가 보였다. 다른 테이블에 혼자 온 듯한 서양 여자 2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팁을 두고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동양 또는 한국 욕먹고 다른 사람이 차별 받을까봐 처음으로 팁을 남기고 나왔다.


  


커피까지 챙겨먹고-


  


호스텔에 들어가서는 맥주를 마시며 일기를 썼다.

Cusquena Trigo Wheat Beer- 맥주를 달라하였더니 윗층에 올라가 시원한 것을 찾아다주고  

사진을 찍으려고 알파카 인형을 꺼내 올려두었더니 귀엽다며 우쭈쭈하는 호스텔 직원 덕분에 평화로운 하루의 끝이 설레이는 즐거움으로 마무리되었다.  (여자 직원임)


  



생색없는 배려를 할 수 있을까


이 날 일기에도 기록했고, 친구들에게 공유하기도 한 것이 있다.


뉴욕에서 페루를 오는 비행기 안에서 꽃보다 청춘 영상을 봤다.

페루 여행을 같이 간 윤상을 나름대로 배려하였으나, 윤상에게 핀잔만 들은 이적이 말한다.

"사심 없이 배려를 해야 되는데 아직 저는 생색의 마음이 있는거에요."



이 것은 나다.


사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배려를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지만,

그 와중에 상대방이 알아주길, 딱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나도 배려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혹은 그걸 기대하기 때문에 배려라는 행위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하이킥 박해미의 인터뷰에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있었다.

배려할 때는, 돌아올 것을 기대하기 보다 그 과정의 기쁨을 느껴야 된다고.


그런데 나에겐, 그 과정의 기쁨이, 상대에게 돌아올 감사와 감동과 더 큰 배려에 대한 기대 때문에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반성은 하지만, 실천이 될지는 모르겠다, 며 결론없는 일기를 이날도 지금도 써둔다.


반응형

페루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였던 비니쿤카.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부지런을 떨며 준비했는데

4시 40분에 픽업 오기로한 가이드는 5시 15분에 왔다.

 

좁은 차에서 무릎을 접고, 비포장 거리를 쉼 없이 달렸다. 

3시간 후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도착한 곳은 간이로 만든 건물이거나, 한참 안쓰던 건물을 개조한 듯이 보였다.

마을의 어린 아이들이 말과 라마를 몰고 다녔고 흙먼지가 공기에도, 그들의 옷가지에도 잔뜩 내려앉아있었는데

하늘만은 쾌청했다.

 

 

아침으로 나온 빵은 차갑고 딱딱하고 뻑뻑해서 버터와 잼을 발라 허기만 떼웠다. 

팬케익과 스프가 차례대로 나오긴했지만 상태가 더 나은 건 아니였다. 

어차피 식욕이 땡기는 상태는 아니였어서, 다른 걸 챙겨올 걸 그랬나 싶지도 않았다.

 

일행 중 한 분은 고산 증세로 힘들어하시더니 결국 택시를 타고 쿠스코로 돌아가셨다. 

택시비가 한화로 7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실 정도로 안 좋으셨나보다 ㅠ

나는 이때까지는 완전히 괜찮아서, 내가 고산에 되게 강한 줄 알았다ㅎㅎ

 

 

 

 

그 곳에서도 꽤 더 가서야 비니쿤카에 도착했다. 

 

우리를 안내하는 여자 가이드는 씩씩하고 재빠른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우리 팀 이름이 파챠마마(Pacha mama)라고 알려주며, 본인이 파챠마마를 부르면 모이라고 하였다. 

파챠마마는 잉카의 대지의 여신, 풍요의 여신이라고 한다.

 

 

  

블로그와 남미 카톡방에서의 다른 여행자들의 제안대로 말을 타고 올라 갔다. (왕복 80솔)

크고 건강한 말이 걸리길 기대했는데 작고 마른 말이 배정되었다. 

나는 영 미안한 마음에 뒤에 앉아 '미안해, 미안해'하는데, 

인부는 빨리 왕복하고 더 많은 손님을 태우고 싶은 것인지 자꾸만 말을 재촉했다.

인부가 말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80솔 중 극히 일부만 말에게 돌아갈 것 같았다. 

당근이라도 사올 걸... 

 

 

 

마지막 몇 백미터는 말을 내려 걸어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두둥 

올라오기 전에 인부들과 왕복 80솔로 합의된 줄 알았는데,

모든 인부들이 당장 돈을 주지않는 일행들이 당황스럽다는 듯이 제스추어를 하였다.

반만 내거나, 미리 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했다가 우리를 두고 내려가버릴까봐 걱정되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은 그들에게 손발을 써가며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ㅠ

한참을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곤란해만하고 있는데, 다행히 지나가는 외국인이 도와줘서 겨우 이야기가 되었다.

그제서야 본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내려와서 꼭, 반드시 본인을 찾아야한다고 일러주었다.

 

  

 

 

무지개산의 풍경도 풍경이지만, 고산에서 느낀 신체 변화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였다. 

숨이 차다기보다는, 뻑뻑한 물 속에서 움직이는 느낌.

눈 앞에 보이는 정상에 한달음에 가고 싶은데 5걸음 마다 멈추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는 느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움직일때마다 보이지 않은 벽을 뚫고 지나온 느낌이 든다. 

발이 무겁고 머리가 띵하고 온 몸이 둔하다.

 

내려오는 외국인 중 하나가 "You are almost there"라고 하길래 "I almost died."라고 하였더니 파핫-하고 웃었다.

 

처방받아온 비아그라를 먹었는데 여전히 힘들어서 한 알 더 먹었지만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가이드가 야마(라마) 오줌이라며 노란색 액체를 손에 뿌려줄테니 흡입할테냐고 하였다. 고산증세에 도움이 된다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ㅋㅋㅋ 손에 잔뜩 뿌린 후 냄새를 맡으니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였다. 

냄새도 꽤 상큼하고 매력적이였다.

(돌아와서 블로그와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llama pee가 따로 언급안되는거보니 잘못들은건가 싶기도한데 정체를 모르겠다)

 

정상에서 본 비니쿤카는 아름다왔다. 무지개산이라는 이름답게 층층이 쌓인 총천연색의 흙은 신비로웠.

...지만 무엇보다 고산 체험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투어였던 것 같다ㅋ

 

고산을 자주 다닌 아빠에게 '고산은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처음엔 누구나 그래. 마음은 느긋하게, 몸은 느리게 사는 이유를 깨우쳐야 하는데'라고 하셨다.

 

하긴, 누가 비니쿤카에서 경주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곳에 맞게 한 걸음씩만 옮기면 되었던 건데.   

 

 

 

정상은 바람이 불고 춥고 힘들었지만, 두 번 오기 힘들 것 같아서 열심히 구경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조금 내려와 나를 태워준 인부를 다시 찾아 말을 타고 내려왔다.  

 

차에서 잠이 들어 한참을 갔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니 아침 먹은 곳에 도착해 있었다. 

이 곳에서 점심도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ㅋㅋ 

맛 없는 아침식사에 대한 기억과 가시지 않은 고산 증세 때문에 점심을 안 먹겠다고 했는데 

가이드가 스프와 야채가 있다하고 같이 남아있는 일행이 내리길래 혹하여 같이 내렸다. 

(그 분은 토하러 내린 것이였다...@ㅠ@)

그리곤 마지못해 들어가서는 스프와 뷔페를 아주 맛있게...잔뜩...먹었다...하하

 

다만, 멍충이 같이 출발 전에 미리 화장실을 가지 않아서, 시내로 돌아오는 3시간 반 중 1시간 반을 고통스럽게 보냈다. 

시내에서는 신호가 걸릴 때마다 좌절했고, 도착하자마자 자다 깬 일행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가이드가 알려준 건물로 뛰어갔다. 

다행히 상가 건물 입구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1솔을 내고 입장해야 했....지만 너무 급해서 ㅋㅋㅋ 나오면서 내겠다고 하고 뛰어들어갔다.

 

나올 때보니 잔돈이 없고 100솔 밖에 없어 머슥했지만... 99솔을 알차게 돌려받고...

건물을 나오니 차를 내린 곳에서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서...또 머슥했지만....

모두 그 날 처음 뵙는 분들이였고...나는 되게 큰 어른이고...정말...창피하긴했지만...어쩔 수가 없었다...정말로... 

다음부터는 여행 다닐 때 화장실 미리미리 가기로 한다..!

일행 중 커플로 오신 부부께서 우리 6명에게 커피을 사주시겠다고 하여 다 같이 스타벅스에 갔다. 커피로 충분한데, 식사를 사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다고 하셨다. 시간이 어중간해서...라고 하셨지만, 아마도 식사를 사겠다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 는 약간의 눈치 때문인 것도 같았다. 참 애매하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랄까...!
아무튼, 두 분에게 고맙고, 덕분에 즐거웠다.

 

남미 여행을 하는 중에 살이 꽤 빠졌었는데 (지금은 다 돌아옴)

지금 그때 기록을 보니, 낮에 엄청 걸어다니고 움직임 + 저녁에는 피곤하고 졸려서 식사를 안하고 잠든 날이 꽤됨! 이 이유였나보다.

이날도 커피만 마시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바로 잠들었다.

 

남미 여행의 모든 날이 좋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

반응형

쿠스코의 아침

사진기(는 아니고 핸드폰이지만)를 꺼내들었을 때에는, 보통 찍고 싶은 대상 - 사물이나 사람이 있다. 

그런데 쿠스코의 아침은, 무엇을 찍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무엇인가 꼭 간직하고 싶은 그런,,, 뭐 그런,,, 느낌 때문에 자꾸 카메라를 꺼내들게 하는 무엇이 있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이 순간을 만끽하자!며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가도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혹은 혼자 보는 것이 아쉬워서, 주섬주섬 다시 꺼내고, 

이리저리 각도를 잡아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배경 중에 무엇이라도 잘리는 것이 아쉬운 - 

너무 좋아서 아쉽고 아쉬운 그런 아침이였다.

 

 

UMA cafe

숙소 조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덕분에(!) 근처 카페를 찾아가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을 먹기로 하였다.

뭐 이런 날씨가 다 있어, 싶을 정도로 포근하면서도 청량하면서도 쾌적한 거리를 걷다가 급 오르막길을 만났다.

하늘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언덕 귀퉁이에 UMA cafe가 있었다. 

 

1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는데, 내가 들어설 때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카운터와 반걸음 거리의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일기를 쓰면서 의식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구글 평점 4.9(!)인 이 자그만한 카페에는 테이블 2개와 잘생긴 사장님과 나뿐이였다. 

 

밀라노에서 일주일 정도 있으면서 Pave라는 카페를 4번을 갔다. 

이제는 여행을 꽤 한 편이지만, 유럽을 몇 번 가보지 않았을 때에 바르셀로나를 단골처럼 들렀다.

낯선 곳을 가고 싶어하면서 그 곳에서는 단골 행세를 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UMA Cafe에서 한참을 앉아 일기를 쓰다가, 사장님과 수다를 떨다가, 또 보자며 인사하고 나왔다. 

단골처럼. 이 곳에 있을 때 계속 와야지, 생각했는데 실천하지는 못하였다.

 

  

  

 

댕댕이들의 천국

쿠스코는 강아지들의 천국이다. 

횡단 보도 한 가운데, 광장의 나무 그늘 아래, 따듯하게 데워진 돌 위에서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거나, 

뒤에서 거침없이 달려와 다리를 치고 지나가기도 다. 

어이쿠, 하고 놀랐다가 정신차리는 순간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지나가서 어이쿠,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같은 종류의 강아지가 한 쌍씩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쿠스코 광장

조용했던 쿠스코는 일요일을 맞이하여 행진과 구경꾼으로 가득했다.

 

  

  

 

Uchu Pervian Steakhouse

점심 식사를 위해서는 남미 카톡방에서도 추천하고 구글 평점도 4.7인 Uchu를 찾아갔다. 

- 나는 맛있었는데, 누군가는 엄청 실망했다고 했던 곳

- 내가 갔을 때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누군가가 갔을 때는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고 했던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알파카 스테이크 집이다. 

 

인테리어가 온통 민트색이였다.  이 날 Pariwana에서 체크아웃하고 Nao Victoria 호스텔로 짐을 옮겼는데, 그 곳도 온통 민트색이였다. 

그러고보니 전 날 먹은 세비체도 민트색 그릇에 담겨져나왔다. 

- 최근 친구가 말했다. 너가 민트를 좋아해서 민트가 계속 보이는 것인지, 민트가 유행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민트가 보여!

민트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이 곳에서도 창가에 자리잡았다. 

고민할 것 없이 알파카 고기와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문하였다.

한 점 한 점 잘라 먹으며 사진을 찍다가, 일기를 쓰다가, 맞은 편 의자 옆자리에 콘센트를 발견하고 핸드폰 충전을 하다가,

까무룩하게 졸리워질 때쯤 낮잠을 자야겠다 싶어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Nao Victoria Hostel

파리나와와 이 곳 중 어디가 좋다고 할 수 없다.

파리와나는 쾌활했고, 이 곳은 조용했다.

파리와나는 한 골목 안 쪽에 있었고, 이 곳은 광장에서 지척이였다.

파리와나는 상업적인 친절함이 있었고, 이 곳은 (아마 착각이겠지만) 호감어리게 친근했다.

파리와나 숙소는 조금 널찍했고, 이 곳은 꽤 좁았지만, 파리와나에서 머문 방이 더 비쌌으니까 비교하면 안된다.

어쨌든, 두 곳 다 좋았다..!

 

 

  

 

 

저녁에는,

비니쿤카 투어를 예약하고, 

알파카 의류 브랜드 Kuna가 할인 중이라,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드렸다. 골라보세요.

몇 번을 들락거린 끝에 가족들 선물을 잔뜩 샀다.

 

  

 

쿠스코 = 알파카

- 알파카가 맛있다고 알파카 고기를 먹고,

- 알파카가 귀엽다고 알파카 인형을 사고, 

- 알파카 털이 부드럽다고 알파카 옷을 샀다

 

오래 전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를 엄청 좋아했는데.

엄청 좋아하면서도 되게 먼 나라, 낯선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의 쿠스코는 너무나 따듯하고 친근하고 사랑스러웠다.

반응형

 

리마공항에서 목베개를 잃어버리다

출장지였던 뉴욕에서 리마 공항을 거쳐 쿠스코를 가는 것으로 시작된 남미 여행.

 

리마 공항은 환승 게이트가 없어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온 후 다시 티케팅과 출국 심사를 거쳐 출국 게이트를 들어가야한다.

다행히 티케팅 카운터가 입국 게이트와 같은 층에 있어 나온 곳에서 쮹 앞으로 가면 되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서 공항 문 밖으로 나가서 돌아 들어가야 했다.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와, 드디어 남미 대륙을 밟았다며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카톡을 하며, 환승할 비행기 티케팅 줄을  기다리는데, 뭔가 허전했다. 

팔에 걸려있어야할 목베개가 없었다. 

 

면세점에서 큰 맘먹고 산 5만원 짜리 씨가드 목베개에는 소매치기 당할까봐 숨겨놓은 200달러가 들어있었다.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데 혼자 잃어버리고...

 

-

 

서 있던 줄이 꽤 길었다. 오던 길을 빨리 돌아가보는 것이 답일까, 어차피 찾기 힘들 것 같은데 티케팅이나 마저할까.

고민하다가-

 

평생 물건을 잃어버리며 살아와서 내성이 생긴것인지, 다시 찾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인지 일단 티케팅을 마저했다. 그리고 티케팅해주는 직원에게 Lost & Found가 어디있는지 물었다.

 

직원이 알려준 분실물 센터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기웃거리고 있으니, 옆 사무실에서 통화하던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 도와주러 나오셨다. 그리곤 또 다른 사무실에 데려다주었는데, 그 곳 직원들은 들어온 물건이 없다며 모르겠다,고하였다.

 

아 피곤해, 포기하고 싶었는데 잃어버리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잃어버려야할 것 같았다 ㅋ 그래서 입국 게이트로 다시 갔다.

입국 게이트는 다시 못 들어가기 때문에 제지를 당할까봐 긴장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입국 게이트 바로 앞 데스크에 직원 한 명이 있었다. 가방 찾는 곳에서 목베개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였더니, 워키토키로 오키도키하더니 기다리라고 한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런 건 없었다고 말하는 직원을 상상하며 기다렸다.

15분쯤 지났을 때, 또다시 워키토키로 무전을 받은 직원이 혹시 무슨 색인지 물었다. 회색이요 0v0!!!

곧 이어 나의 목베개를 손에 들고 입국 게이트를 들어오는 여자 직원은 아마겟돈 등의 영화에서 우주 여행을하고 귀환한 우주비행사만큼 멋있었다.

 

그들은 불룩 튀어난 부분을 가르키며, 이것은 무었이냐, 하였고. 나는 200달러를 숨겨놓았다고 했다.

목베개와 200달러를 찾았다는 증명서? 같은 것을 적더니 여권을 확인하고 싸인을 하게 한 후 목베개를 돌려주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선물을 들고다녔더라면...! 좋았을텐데

연신 고맙다고 인사만하고 돌아왔다. 

 

 

Pariwana Hostels

쿠스코에는 3박을 하였는데 1박은 Pariwana Hostels에서 하였다.

4인실이였는데, 캐리어를 펼쳐놓고도 공간이 꽤 남을만큼 넓었고, 샤워실도 깨끗했다.

벽에 그려진 그림이 옷장과 이어져있던 것이 인상깊었다.

  

  

  

 

남미 여행도 체력을 꽤 필요로할텐데, 뉴욕 출장에서 이미 많이 소진하고 온터라 여행 전 친구가 선물한 홍삼팩을 챙겨먹었다.

 

 

쿠스코 대부분의 숙소들은 ㄷ자 혹은 ㅁ자 모양 건물과 가운데 공용 공간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이 곳 역시 그러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반 쯤 누워 맥주를 마시거나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충분했으면 나도 그리하고 싶었지만, 장기 여행자가 아니니까, 일단 도시를 구경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여유에도 레벨이 있다...

  

쿠스코 ㅠ

하늘과 냄새가 너무 좋았던 곳.

공기가 산뜻하면서도 구수했다. 

도시 전체에 굽는 냄새가 옅게 나는 것 같았다.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광장에는 마켓을 하고 있어서 사람이 복작거리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복작거리는 한 쪽을 지나 간 반대 편은 조용하고 평화롭고 햇살만이 가득한 느낌이였다.

 

  

 

도로 한 복판에 누워있던  멍멍이.

 

 

Ceviche Seafood Kitchen

광장에 있는 식당 중 한 곳인 세비체 음식점에 들어갔다. 

직원은 2층 창가 광장이 보이는 자리를 내주었다. 

  

쿠스코는 햇살이 가득할 때도, 시간이 지나 어둑해지고, 불빛이 은은하게 번질 때도 예뻤다. 

한 참을 바라보며 있었다.

  

피스코 사워와 세비체 - 맛있었음

  

 

남미사랑 & 소나무 분식 & 야경

남미사랑 카톡방의 어떤 분이 쿠스코에 계신 분들!하고 번개를 쳤다.

그들과 소나무 분식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언덕을 올라가 야경을 구경했다.

2시간 남짓 같이 한 이 사람들과는 서울에서도 만났고, 연락을 하고 있다.

 

심드렁해진줄 알았던 여행에 대한 마음에 다시 불이 지펴지는 하루였다.

반응형

!!!주의해야할 에어비앤비 수수료 시스템

 

회사의 뉴욕 출장 숙소 예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한도가 높은 편이지만, 

우리가 가는 날에는 유엔 총회로 인해 원래도 비싼 호텔들이 한도를 훌쩍훌쩍훌쩍 (2~3배 정도) 넘어서 있었다. 

(이때는 영문도 몰랐음@_@)

 

하여,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에어비앤비도 평소보다 비싸게 설정되어있었다. 

 

집념으로 찾은 윌리엄스 버그의 한 숙소.

디자이너의 집이라는 소개와 뉴욕 여러 곳에서 머문듯한 게스트 중 한 명이 지금껏 묵은 집 중에 최고라는 평도 있고, 우리가 가는 일정에 때마침 비어있다! 

이런 일은 흔치 안잖아!!! 흥분되고 신나는 마음으로 일정을 잡아 계산해보니, 

청소비와 서비스 수수료 합쳐 예산보다 110달러 정도 넘는다.

 

총 가격이 높은 편이라 5%정도만 할인해준다면 예산 내에서 가능할 것 같아 호스트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너의 집에 머물고 싶은데 출장 예산을 초과한다. 하지만, 꼭 머물고 싶으니 할인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호스트는 흔쾌히 오케이하였다.

문제는...

 

호스트는 5%를 할인하여 120달러인가?쯤 빼줬는데!!! 이상하게 총 금액이 4만원 정도 밖에 안 빠진 것!

무슨일인가 싶어 봤더니 서비스 수수료가 9만원이 더 붙었다...?

 

다른 사람들 상식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가격이 높을 수록 수수료가 더 높을 줄 알았단 말이지.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가격이 높을 수록 수수료가 떨어진단다...

 

그래서 착한 호스트가 할인해준 가격은, 에어비앤비에게로 넘어갔다는...슬프고 분한 스아실.

우리는 사비로 추가된 비용을 내야 했다.

 

변경 전         >         변경 후                                                                   

 

             

그럴 줄 알았으면 10%할인 물어보는건데...

 

도착해서 확인한 숙소는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선 뉴욕 공항에서 한인 택시를 타고 에어비앤비를 향하는데, 

기사님이 윌리엄스 버그에 숙소를 잡은 것은 정말로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기분이 좋아짐)

타임스퀘어 근처 중심지는 비싸고, 복잡하고 낡아서. 요새는 윌리엄스 버그가 뜨고 있다고 하셨다.

 

주소를 찍고 찾아온 윌리엄스 버그 도로에서 기사님은 어리둥절해하셨다. 

주소로는 여기가 찍히는데, 교회가 있네, 이 옆 건물인가?

그런데 바로 그 건물이였다!!! 교회가!!! 에어비앤비였다!!!

 

긴 비행으로 피곤에 절어있었지만, 흥분한 마음에 여행 가방을 한 켠에 세워놓고 일행과 마주하며 너무 좋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사진을 찍다가, 다시 마주보고 너무 좋다고 하다가 겨우 들어갔다 ㅋㅋ

그리고 겨우 들어선 건물 안에서 스테인드 글라스로 꾸며진 커다란 나무문이라니! 너무 멋지잖아!!!하고 또 한 번 흥분하였다.

  

건물 안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숙소는 3층이였는데, 체감으로는 10층쯤됐다 ㅋㅋㅋ (나중에 보니 복층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설레임으로 커버되었다.

 

3층 복도 계단에 걸려있는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풀면 안에 열쇠가 나온다. 

우리가 머문 방은 C7. 

  

 

숙소 안의 모습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커다란 통나무 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초콜렛과 와인이 놓여져있었다. 

호스트의 안내문에는,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을 모두 먹어도 좋다고 쓰여있었고, 

초콜렛과 와인도 우리 것이라고 하였다. 지저스.

  

부엌에는 다양한 조미료와 곡물들이 들어있는 병들이 가득했는데, 이것들도 모두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사실상 사용하진 않았지만, 곡물이 가득한 창고를 통째로 넘겨 받은 느낌이랄까. 

  

모카포트가 있었는데 사용법을 몰라 한참 헤맸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간 후에 모카포트 바닥 부분을 분리하여 채워 넣은 후 끓이면된다.

  

출장 업무로 바빠서 사진만 찍고 들어온 후 다시 나가보지 못한 테라스지만, 

모닝커피를 마시기에 정말 끝장나게 좋을 것 같은 테라스도 있었다.

  

2층 침실 옆 휴게 공간 바닥에는 소파 대신 나무 파렛트 위에 놓인 매트리스와 툭툭 놓여진듯한 콩주머니들이 있었고 

벽에는 단소와 망태기 같은 것들이 걸려있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던 건 비스듬한 천장에 뚫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였다. (밤에는 그 사이로 보이는 달이 또 얼마나 멋지던지!)

 

  

  

  

1층 침실과, 2층 침실-

  

 

화장실도 멋들어졌는데 각도가 안나와서 사진을 못 찍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있어, 뉴욕 출장을 끝내고 남미 여행을 떠나기 전에 빨래도 실컷 (두 번) 돌렸다.

 

여행 중에 간혹 보물같은 집을 만나는데, 이번 뉴욕 숙소도 그랬던 것 같다.

물론 뉴욕에는 멋들어진 숙소가 꽤 많은 것 같고, 가격이 싸지 않아서 당연히 멋있어야 되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흐흐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