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좋은 날이 있다.
특별한 계획도 없기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설레임도 아니다. 그냥 아 조오-타- 하는 느낌.
올해는 내내 바빴는데, 지난 두어 달은 2개의 큰 프로젝트가 기한을 나란히 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내에 과제들이 일정 빼곡 한 가득인데, 그 와중에 프로젝트와 상관없는 자잘자잘한 요청과 일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그 중 하나의 프로젝트는 7년 차이 나는 후배 동료와 함께 했다. 후배는 내가 기획한 것을 꼼꼼하게 운영했다. 기획 단계에서 팀장은 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에 너무 힘을 빼지 말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지난 몇 년간 위에서 관심없는 일을 혼자 열심히 한 적이 있다. 일 자체가 재미있고, 대상자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뿌듯했고,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관심과 인정을 한 번에 받기도 했지만, 실속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뭐, 팀장이 그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그냥 헤치우지 뭐, 하는 마음이였는, 후배가 다시 많은 것을 추가하고 수정하며 내가 최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지게 만들어줬다. 머쓱한 마음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컸다.
아무튼, 그렇게 휘몰아치던 일들이 지난 금요일 한 차례 마무리되었다. 아주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은 숨이 죽었고, 나는 숨을 돌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음식 재료를 챙기고 씻고 썰고 하는 나의 동작과 소리가 영화 포레스트 느낌으로 산뜻하고 부지런한 기분을 주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소모되는 편이다. 한 번은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위층 친구에게 가져다줘야겠다 싶었는데, 그러기에도 시간이 밭아서 직접 가져가서 먹어달라고 하고 출근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밥을 챙겨먹어야지 싶으면 저녁에 미리 재료를 다듬어 놓기로했다.
음식을 해먹으면서 의외였던 점은, 고기가 생각보다 빨리 상한다는 것과 야채가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는 음식이 먹고 싶은 전 날 주문하는 편이고 야채는 상시 주문한다. 친구들은 무조건 냉동실에 넣는다고 하지만, 어쩐지 그러긴 싫단 말이야.
팬케익이 먹고 싶어서 메이플 시럽을 샀었는데, 마켓컬리에서 산 일본식 팬케익이 맛이 없어서 팬케익 가루와 시럽을 짱박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크로플을 해먹으면서 시럽을 다 비웠다...! 새로운 맛을 시도해보기 위해 이번에는 바닐라향의 시럽을 구입해봤는데, 이것도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