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갔을 때는 용산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상봉역을 간 후에 경춘선을 갈아타 상천역을 갔다.

2주만에 다시 갈 때는 대기를 걸어둔 itx 청춘열차가 예약되어 청평역까지 기차를 타고 경춘선을 갈아타 한 정거장 더 하여 상천역을 갔다. (중간에 교통카드를 찍는 곳이 없어서 상천역을 도착하여 역무원 분에게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따로 결제해주셨다.)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빨리간 느낌이었고, 기차 여행만의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ㅋ

도시락을 먹을 수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처음 갔을 때는 오후 반차를 내고 점심 시간에 출발하였기 때문에 특히 더 배가 고픈 상태였다. 용산역에서 도시락을 사서 출발했지만, 지하철과 같은 경의중앙선과 경춘선에서 먹을 수가 없어서 환승역인 상봉역 플랫폼에서 급히 먹었다. 내가 고른 누드 김밥은 밥이 진 와중에 차게 식어서 맛이 없었다. 일행이 고른 도시락은 맛은 있(었다고 하)는데. 급히 드시느라 체했다고. 쯧쯧

두 번째 갈때는 기차를 타니까 맛이 확인된 도시락을 사서 확보된 자리에서 천천히 즐겁게 먹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날도 역시 배가 고팠고, 기차 여행에 신이났고, 도시락이 맛있어서 엄청 후딱 먹었다. 다행히 체하지는 않음

 

김영하님의 <여행의 이유>를 회사에서 빌려 챙겨갔는데 여행용 책으로 딱 좋았다. 책 자체도 가볍고, 여행을 하고 있는 내 상황이랑 딱 맞아 떨어지고. 

기차에서 읽은 부분 중 공감이 되어 찍어놓은 파트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겼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르코 폴로는 중국과 무역을 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지만 이 세계가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과 짐승, 문화와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동방견문록을 남겼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귀환한다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 긴 여정을 통해 그가 진짜로 얻게 된 것은 신으로 표상되는 세계는 인간의 안위 따위는 무심하다는 것, 제아무리 영우이라 하더라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며, 인간의 삶은 매우 연약한 기반 위에 위태롭게 존재한다는 것, 환각과 미망으로 얻은 쾌락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 등을 깨닷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처음 길을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고향인 이타케에 도착한다."

 

여기서 나에게 다가온 포인트는, 

1) 내가 얻는 것은 원래 얻고자 했던거랑 다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일이 잘못되거나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다는 것.

2) 내가 여행을 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예상치도 못한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스릴이 되고, 기대감이 설레임에 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3) 번외로, 오디세우스가 깨달은 것 중에 어쩌면 굉장히 시니컬한 '신으로 표상되는 세계는 인간의 안위 따위는 무심하다는 것' 부분인데...오히려 되게 안심이 되었달까. 아, 무심하시구나. 나는 그냥 살면되는거구나. 

 

상천역을 도착해서 20분 정도 걸어간다. 

처음 같이 간 일행이 처음 동행한 일행에게 여기서부터 1시간 걸어야한다고 농담 쳤는데. 아무도 호곡!하지 않고, 아 1시간 가야하는구나. 그렇구나.하며 다부진 모습으로 출발해서 농담이라고 말도 못해주고 진지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20분 후에 캠핑장에 도착했다. 짐을 잔뜩 지고 갔기 때문에 20분거리도 결코 짧지는 않았다.

체크인-은 아니고 뭐라해야하지. 아무튼 우리가 예약한 데크는 2시부터 사용할 수 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올라가는 길에 금토 백패킹을 마치고 내려가는 분들을 많이 마주쳤는데, 캠핑장 관리하는 분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계셨다.

 

관리사무소에 가방을 맡기고 트래킹을 다녀왔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냥 산중턱 정도까지 산책을 했다.

일행 분이 영 힘들다고;;; ㅋㅋ

 

금방 계곡이 나타나는데 바위밑으로 고드름이 얼어 있었다. 똑 떼어서 자연친화적인 갬성으로 빨아 먹었다.

 

트레킹을 다녀오고도 시간이 남았다. 

하루 전날 이마트에서 장을 보긴했지만,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고, 트레킹 도중에 귤을 드시는 분들을 보고 귤이 먹고 싶어지기도 했고, 화로에 고구마를 구워먹는 것은 어떻냐는 의견들이 있어서 장을 추가적으로 보기로 하였다.

총 네 명인데, 다 갈필요는 없으니 가위바위보를 해서 두 명만.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가위바위보를 할때마다 잘 걸리는 편인데. 휴. 이겼다.

둘을 보내고, 남은 일행이랑 수다도 떨고, 책도 보고, 잣나무숲 감상도 하였다. 

 

실컷 놀다보니 조금 미안해지기도 하고, 편도 20분 왕복 40분 거리에 짐까지 들고 오려면 힘들기도하겠다, 혹시나 괜히 볼멘 상태면 나도 눈치보이니까 ㅋ-ㅋ 시간이 되었을 때 관리사무소에 맡겨둔 짐들을 미리 데크에 옮겨두었다. 

 

 

일행에 와서 같이 텐트를 치고, 불도 피웠다.

캠핑은 정말, 하나도 관심이 없다가 작년 11월에 말에 처음간 후 벌써 5번인데 (닷돈재, 멍우리협곡, 호명산 2번, 통영 매물도)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차가운 공기 중에 앉아 화로를 쬐는 시간이다.

불멍이라는 말도 있듯이 불 앞에 앉으면 그 온기도 온기지만 불이 움직이는 모습이 매력적이라 계속 멍~하게 쳐다보게 된다. 

 

대학교때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것 대부분 기억이 안나지만. (배우지도 공부하지도 않아서인건 아니겠지)

소설 모비딕을 배웠을 때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아 그런데 잘 기억이 안나...ㅋ 

아마 굉장히 초반에 주인공이 바다에 나가기 전에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부분인데.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로, 사람들은 원래 물을 보거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고...하셨...나...?

그래서 고급 레스토랑을 가면 물과 관련한 인테리어가 많다고..... 

이후 레스토랑에서 까만색 빨래판처럼 생긴 구조물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는 것이 장식되어있거나, 포석정처럼 돌로된 도랑에 물이 흐르는 것이 별다른 용도없이 설치되어 있으면 오호 저거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최근 캠핑을 하며 물 뿐만 아니라 불도 인간을 끌어당기는 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ㅋ)

 

불을 피우고 슬슬 순서대로 먹을 준비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캠핑의 잇템은 나무젓가락이였다. 

우리에게 캠핑을 셀링한 일행이 '나뭇가지를 깎아 젓가락을 만드는'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깜찍할 일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코팅해서 두고두고 쓰고 싶었다.

화로 위에 그릴을 올리고 고기를 얹어 소금을 뿌린다. 가장 기대감이 넘치는 순간이다.

 

귤과 브리치즈도 구워먹었다. 

송년회 때 브리치즈 오븐구이를 먹은 후 나온 아이디어였다.

캠핑장 관리자이신 야만인님이 사진을 찍어가서 호명산 인스타 계정에도도 올라왔다.

불이 한숨 죽었을 때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숯에 구워먹고, 

캠핑장을 관리하시는 분(=유투버 야만인)께서 밤을 주셔서 밤도 타닥타닥 구워 먹었다!

구워먹는 족족 맛있어서 뭐든지 다 구워버리고 싶은 밤이였다!

 

-

아침이 밝았다.

 

또 다시 불을 피운다.

라면을 끓여먹었다. 얇은 면 라면을 골라 먹으면 되게 맛을 아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모닝 잇템이 등장하는데!!!

무려 퐈리에서 공수해온 산타와 눈사람 모양의 핫초코다!!!

  

코코넛가루로 눈을 표현한 것도 너무 귀엽고 산타 온천이라며 우유에 녹여 먹는데 잔인하지만 따듯한 느낌...(뭘까...)

맛도 완전 맛있음

 

 

잣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너무 예쁘다.

 

희한하게 겨울 캠핑장에서 마신 술은 취하지도 않고 숙취도 없다. 

잣나무숲처럼 상쾌하게 아침을 먹고 다시 패킹을 하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꼭 '으'하고 있는 얼굴 같아서 귀엽고 웃겨서 찍은 설치물...ㅎㅎ

 

 

그리고 오는 길에 계속 읽은 김영하님의 '여행의 이유'

"'나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평생토록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 낯선 곳에 도착한다. 두렵다. 2) 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 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4) 그러나 곧 또 다른 어디론가 떠난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여행을 떠날 때의 불안감을 어느 순간 헤치웠을 때의 안도감과 쾌감 (아쉬움도 있지만)을 표현해준 것 같은 작가의 경험적 예시였다.

가슴 벅찰만큼 뭔가 느낀건 확실한데 그게 뭔지 도무지 설명이 안될 때의 답답함이 무지와 무능 때문이 아니라 막 느낌 감정과 상황의 모호함 때문일 뿐이구나. 생각하게끔 해준 문구.가 또 나를 위로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나는 꽤 많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지만 ㅎㅎㅎ 

 

-

 

우연히 하게된 캠핑과, 캠핑으로 오게된 멋진 장소와, 집어들었을 뿐인데 많은 공감을 준 책과,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고, 서로가, 그리고 다른 어느 누구와도 색과 결이 다른 일행들이 있어서 즐거웠던 주말이였다. 

 

또 한 번 사진으로 불-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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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촌유스호스텔

일행이 예약하여 묵게된 에코촌 유스호스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깨끗했다.

늦잠을 자느라 아침을 포기했는데 아침 먹으러 오라고 몇 번을 전화주셨다.

되게 죄송하고 고마우면서 재미있어했던 기억 ㅎㅎ 


  

  

  

  



#순천만국가정원

나중에 엄마아빠랑, 조카랑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

사람이 많아서 배경에 사람 없이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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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여행은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

호주는 매해 가을쯤 크고 작은 산불이 나지만, 이번에는 불길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여 많은 동물들이 생명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 공항에 내릴 때부터 탄내가 나고 뉴질랜드까지 공기가 좋지 않다는 말도 있다.

-

공상 과학처럼 환경 오염, 지구 위기도 확대 상상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나의 미래, 아니 가까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고 있다. 

-

비행기 예약 시점이 두 달 넘게 남았고 그 사이 불길도 잡히고 공기도 정화 되지 않으까 하는 희망에, 그대로 갈까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뉴스를 볼때마다 어수선한 마음에 여행지를 바꾸기로 하였다.

-

산불이 어서 진화되고 동물들이 무사해지기를.   


=


마일리지 사용은 비즈 이상의 좌석일수록 가성비가 좋다고하지만, 나는 이코노미도 충분히 좋아서 굳이 가성비 때문에 많은 마일리지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거리상으로 가성비가 좋은 도시 (뉴욕이나 워싱턴 등 미국 도시)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고 싶지 않으니 결국 가성비를 포기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기로 했다. 

-

그래 그게 맞지. 

-

그런데 어디를 가고 싶은지 모르겠다.  


=


여러 번의 내적 난리 끝에 정한 것은 북유럽 오로라 코스다.

남미의 트레킹 코스만큼이나, 가능한 시기가 정해져있고, 그 시기가 내가 가려는 시기와 맞다 (11-4월)

-

북유럽은 대한항공 직항이 없기 때문에 북유럽에 들어가기 좋은 도시를 또 골라야했다. 

스카이 스캐너에서 지도 검색하여 트롬소를 직항 또는 경유해서 갈 수 있는 가장 편한 또는 가장 저렴한 도시를 찾았다.

최종적으로 정한 곳은, 

암스테르담 - (어게인) 코펜하겐 - 오슬로 - 트롬소 - 스톡홀름 - (어게인) 프라하



-

1. (14박 15일이긴 하지만) 총 5개국이라는 사실 

2. 5개 나라 모두 다른 통화를 사용한다는 사실

-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유로
- 코펜하겐/덴마크 크로네(DKK)
- 오슬로&트롬소/노르웨이 크로네(NOK)
- 스톡홀름/스웨덴 크로나
- 프라하/체코 코루나

3. 7군데의 숙소의 예약이 필요하고

4. 7번의 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내가 짜놓고도) 놀랍다.


그나마 오슬로 도착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뮈르달을 지나 플롬에서 1박하고 

플롬에서 베르겐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트롬쇠를 가는 계획을 포기했기에 아주 조금 심플해졌다.

-

요새는 한 곳에서 한 달 또는 그 이상 살기도 유행한다는데, 

나의 경우, 그 반대로 (여행 = 이동)이 되었다. 


=


원래는 혼자하는 여행이였는데, 

재작년 남미에서 만났다가 프라하에 살고 있는 친구와 프라하에서 만나기로 하여 프라하 out으로 정했고, 

-

여행 계획을 공유한 친구 중에 하나가 오로라 투어를 해보고 싶었다며 합류하기로 하였는데

그 친구도 마일리지 사용을 할 수 있는 in-out 일정을 짜다보니 트롬쇠 이후로 동일한 일정이 되었다.

거기다가 베를린에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친구가 작년 말에 스톡홀름으로 이사했다고 하여 스톡홀름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은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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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대한한공 마일리지를 털어버릴 겸, 파타고니아를 가려고 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가 곧 개편된다는데, 사용자 입장에서 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인 것 같다! 자세히는 모름) 


재작년 남미 여행을 다녀온 후-

작년 4월 (상해 출장을 갔다가) 북경을 넘어가서 일주일 놀다오긴했지만...

이후에는 국내 여행만 다녔다. (제주도, 순천, 안동, 제천, 가평 등)

일년을 쉬다시피(?)했기에, 2020년 휴가는 상반기에 가고 싶었다.


파타고니아는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이고,

11월~3월까지가 여행 적기이며, 

한 살이라도 젊고 체력이 있을 때 가야한다는 의견도 있어 이번 여행지로 적합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공제표 상 남미는 10만 마일리지가 필요한데, 어쩌다보니 10만 마일리지가 훌쩍 넘게 적립되어있었다. 

그런데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출도착 도시를 검색하는데 남미 도시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무슨 짓이지 -_-;


- 대한항공은 남미 직항이 없기 때문에 제휴 항공사와 통합하여 검색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너스항공권 예매 > 보너스 예매 > 보너스 혜택 > 스카이팀 보너스를 선택해야 한다.

(가끔 이렇게 눈 앞에 두고도 못 찾을 때가 있다...)



문제는 스카이팀 보너스를 선택하고도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비행편이 없다는 화면을 계속 보게된다는 것인데 ㅋ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누군가 대한항공 채팅서비스가 잘되어있다고 알려줘서 해결했다.


주변 일자와 좌석 여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반 항공권이나 대한항공 보너스 항공권과 달리 

스카이팀 보너스는 가능한 도시와 일정을 하나하나 확인해봐야 해당 도시와 일정에 보너스 항공권으로 살 수 있는 좌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속터지는 일인데, 다행히 채팅 서비스를 통하면 (나의 질문과 대답을 받을 수 있는 사이에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친절하게 가능한 옵션을 찾아서 말해준다.


그리하여 부에노스 아이레스 in-out으로 예약을 완료하였는데!

신나는 마음으로 파타고니아 트레킹 산장을 예약하려고 했더니 늦어도 너무 늦은 것...


파타고니아를 트레킹하기 위해서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 여러 개의 숙소를 예약해야한다.

입산할 때 예약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낸다고.


예약 사이트가 동쪽/서쪽으로 나뉘어 두 개로 통합되어있어 예약 절차가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허나 산장(제일 많이 하는 것), 캐빈(비쌈), 캠핑사이트(텐트와 침낭에서 자나봄) 모두 99% 예약된 상태였다. 

현재는 아주, 아주아주 간헐적으로 한 개씩 남아있는 것들이 있지만, 연결이되지 않는 상태.


다들 예약 오픈 날짜에 맞춰서 예약하는 것을 한 달 반 전에 예약하려고 했던 나녀석은

방법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if...if...if)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여유있게 찾아보며 즐길 수 있도록 내년으로 미루기로 한다.


성급하게 결제 안하길 잘했다...! 고 생각하며 자동 취소되도록 두었다.

포기할 때는 깔끔하게! 포기하기.



----- 여기까지 파타고니아 가려다가 만 이야기 -----


잠시 네덜란드(안가본 곳이고, 다녀온 친구들 왈, 다들 키크고 잘생겼다고 하길래)와 시카고(10년전에 갔었고, 너무 좋았던 기억에)도 고려했으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비 마일리지를 사용하기에 저렴한 항공권이 꽤 있었고, (아깝잖오)

2월에는 춥고 황량하다는 글을 보고 바로 접었다.


어딘가 가고 싶기는한데, 어딘지를 모르겠네.

내키지 않을때는 무리해서 가지 않아도 되지 뭐. 

마일리지 개편 시기도 아직 남았다고 그 전에만 잊지말고 쓰자.

하고 여행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었다.


2019년 12월 31일이 되었다.

보통은 연말 느낌이 안나는 연말, 새해 느낌이 안나는 새해를 맞이하는데. 

마지막 날이 너무 아쉬웠다.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하나도 안된 것 같았다.

2019년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 2020년을 치밀하게 계획해보는 시간을 미처 같이 못했다.

나의 마음과 상관없이 시간은 계속 흘렀다.


전 날 마지막 송년회를 하고, 마지막 날 근무 시간을 꽉 채우고 퇴근한 후라 피곤함이 가득했다.

이불과 베개를 바꾸고, 세탁소에서 일 년만에 찾아온 극세사 토퍼를 새로 깔고, 깨끗하게 씻은 후 뽀송하게 자고 싶었는데 

그 모든 것을 하기 귀찮기도 했다. (머래...ㅋ)


새해의 첫날 밤은 1월1일 밤인 것으로!하고 대충 샤워한 채로 누워버렸다.

8시부터 졸렸는데, 2019년을 마무리하는 친구들의 인스타를 구경하고 카톡으로 새해 복을 나누다보니 금방 또 10시가 되었다.

10시 전에 자야지,,, 했던 생각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떤 생각의 끝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마루로 나와서 컴퓨터를 켜고, 대한항공 사이트로 들어가서 시드니행 항공권을 끊었다 ㅋ


언젠가 겨울에 호주를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왜 미처 생각을 못했지....?


부에노스 아이레스 항공권을 성급하게 결제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면서,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해버렸다. 

시드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 얼마를 머무르는게 좋은지 하나도 모르니 일단 편도로. 


예약을 해놓고보니, 

10월에 시드니 근방에서 큰 산불이 나서, 그 좋은 시드니 공기가 안 좋다는 말이...있다...

역시 성급했던 걸로...


할수 없다...

일단 질렀으니, 거기에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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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40분

용산역에서 KTX를 탔다. 

세 명이지만, 4인 동반석을 예매했다.

배가 안 고프다고 생각했는데 테이블 위에 샤인 머스켓과 귤, 새우깡과 계란, 커피와 스콘을 부려놓고보니 먹음직스럽다.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핸드폰 게임을 하다보니 순천에 도착했다.


기차를 내리는 순간 순천 여행은 엄청나게 좋을 것이다-직감했다.

햇살과 바람이 적당하고 하늘과 구름이 예술이다.

우리 여행 날씨 운 진짜 좋은 것 같아! 




#순천맛집 #양지쌈밥

여행 며칠 전, 순천 여행을 주도하여 준비한 친구는 요 며칠 잠을 통 못 잔다고 하였다. 

순천에 맛있는 집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어디를 포기해야할지 애가타서 잠이 안왔다고ㅋ


기차를 타고 가면서 그는 점심으로 쌈밥을 먹을까 낙지를 먹을까 물었다.

나는 하나씩 떠올려보고는 와-진짜 모르겠다. 하였다.  


도착할 무렵 정한 곳은 양지쌈밥.

택시를 타고 양지쌈밥을 갔다.


전에 순천 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먹었어.

요새는 웨이팅 시스템이 잘돼있어서 괜찮을거야-


11시 30분. 점심으로는 조금 이른 시간이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한산했다. 

웨이팅 기계로 대기 번호를 받았다. 우리 앞에 세 팀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메뉴를 보니, 쌈밥이 4종류 있다.  

나 고등어 쌈밥!하고 외쳤는데, 모든 메뉴는 2인이상 주문해야하는 것을 발견하고 흠칫했다.

우리는 세 명이라, 3인분을 먹으려면 한 가지 메뉴를 시키는 수밖에 없다.

뭐 돼지도 좋고, 다 좋아,,,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 고등어 2인분, 돼지고기 2인분 시키면 돼지! 한다. 캬


가게가 넓어서 금방 자리가 났다.

반찬이 한 가득 나왔는데 하나같이 맛있다. 나는 고사리나물이 특히 맛있었다.


  


결론적으로 고등어 쌈밥이 인기가 많았다. 양념이 엄청 진하다. 맘 먹으면 밥을 세 공기도 먹을 수 있겠다. 

친구는 블로그를 한다면 고등어 쌈밥을 추천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대신 추천한다.


쌈으로 나온 부드럽고 아삭한 양배추는 그것만으로도 달콤했다.

그 위에 고등어와 마늘을 얹어 먹었다.


숙소까지 걸어갈까? 제안하였더니 걸어서 절대 갈 수 없는 거리란다.

얼마나 걸리는데? 도보 1시간 30분.

절대 못 갈 거리는 아닌데? 

일단 걷다가 힘들면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동천 #장대공원 #사자바위

조금 걷다보니 하천이 나왔다. 

물이 깨끗하고 주변이 잘 정비되어 있어 보였다. 하천 따라서 걷자, 하고 내려갔다.


친구가 건너 편에 사자 모양의 바위가 있다하여, 

불곡산 악어 바위처럼, 동물의 형상을 얼핏 닮은 바위를 생각하며 훑어 보았는데,

정말로 사자 모양을 조각한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사자 폭포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생김새로 봐서 사자의 입에서 폭포를 쏟아낼 것 같다


  


동천산책로는 꽤 길었고, 놀이와 소풍을 하기에 좋은 다양한 장치들이 되어있었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온누리공영자전거

누군가 따릉이로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순천의 온누리공용자전거였다.

검색해보니 근방에 자전거 터미널이 있다. 


1000원을 내고 일일대여를 하면 24시간 동안 아무 터미널에서 반납하고 재대여할 수 있다.


  



내가 고른 자전거는 패달이 고장났었다 ㅋㅋ 

아예 안되면 처음부터 안탔을텐데 ㅋㅋㅋ 되긴되는데 힘이 없다 ㅋㅋㅋ 

다른 자전거 패달을 한 번 밟으면 갈 수 있는 거리를 4~5번 굴러야 겨우 간다.

사이클링을 하는 마음으로 숙소까지 열심히 패달을 밟았더니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ㅎㅎㅎ


  



자전거를 타고 하천을 따라 가는 길은 완벽하게 즐겁고 행복했다.

하얗고 작은 꽃을 보고 친구가 무슨 꽃이냐고 물었다.

절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는 다른 친구가 메밀꽃...? 자신 없게 대답하고 우리는 풉풉 웃었다. 

메밀꽃이 지금나냐. 아무리 막던져도 메밀꽃이라니.

그런데 Daum 앱의 꽃검색으로 확인했더니 메밀꽃이였다 ㅋㅋㅋ

메밀꽃의 개화시기는 9~10월이란다.

같이 비웃던 친구가 메밀을 보통 여름에 먹어서 봄에 꽃이 피는 줄 알았다고 빠르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가로수에 빨간 열매가 가득 달려있어 찾아보았더니 호랑가시나무였고, 

작고 단단해보이는 꽃이 예뻐서 찾아보니 분홍바늘꽃이였다.

자연탐구하는 것 같다, 히히, 거리며 한참을 달리니 갈대가 가득했다.

햇살을 받은 갈대는 하얗게 반짝였다.

몇 번을 멎춰서 갈대를 쳐다보고, 소리를 듣고, 사진을 찍었다.


그 유명한 습지를 보기 전에 순천에 홀딱 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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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계란말이는 어려운 요리(?)였다!

유투브로 몇 개의 영상을 찾아본 후에야 감이왔다.

대충, 내 마음대로 한 후에 망하면 망한대로 먹는 편인데

계란말이는 망하면 스크럼블이 되기 때문에 계란말이라고 할 수 없다.

계란말이다운 계란말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하우와 인내와 계란이 필요하다.


#거봉과 커피

커피를 단독으로 마실 때는 라떼나 카푸치노를 즐기지만 과일과 함께 할때는 다르다.

사과와 에스프레소, 거봉과 아메리카노의 조합에 빠졌다가 밤새 잠을 못잤다.


  



#오설록 #녹차국수

국수는 쉽다. 삶아서 국물을 붓거나 양념을 비비면된다. 


  



#엔초비냉이새우볶음

엔초비냉이파스타에 빠져서 한참 먹다가

파스타면 없이 엔초비 + 마늘 + 냉이 + 새우를 볶아 먹었다.

조금 더 짭잘하게, 조금 더 바싹 구웠더니 밥 반찬으로도 맛있다.


  



#순대와와인

새로운 조합! 순대와 와인!

친구와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기 전에 요기를 하기 위해 먹었는데 의외로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란 조합!

마리네이드를 다 만든 후에는 도마 위에 샤인머스켓, 비스켓, 마리네이드를 세팅해서 문어 샐러드와 먹었다. 

문어샐러드는 샐러드 위에 문어를 썰어 얹고 케이퍼, 레몬즙, 올리브유, 소금을 뿌려먹었다. 

만족!


  



#통통한참나물파스타

통통한 소세지와 통통한 새우를 넣고 한 참나물 파스타.

소세지는 노브랜드보다 CJ가 맛있었고, 새우는 마켓컬리 흰다리새우가 쵝오였다.


  



#토마토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살짝 굽거나, 

토마토를 십자낸 후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먹으면 맛있다.

바질이 있을 때는 바질을 잘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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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틀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숙소에서 보냈다. 

계속 비가 오기도 했고, 어차피 차가 없어서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 숙소 내에 내가 필요한 것들이 다 있었다.

나는 일상에서도 커피와 술을 즐겨 마시는데, 침대와 커피숍, 술집이 있으니 말 다했다.

거기다 집에서 노트북과 영화가 가득담긴 외장하드도 챙겨갔더란다. 


  


아침에 도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한숨 더 잤다.

점심 때는 그래도 어딘가 나가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고등어회를 먹으러 갈 계획이였는데,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발견하여 한참을 달렸다. 

바다 냄새가 비릿하게 났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라 시원하게 달리기 좋았다. 

사람이나 자전거도 많지 않았다.

플레이스 캠프에서 자전거를 1시간(5천원), 4시간(만 원), 종일(2만 원) 단위-로 대여했는데, 

4시간을 빌려 딱 4시간 탔다.


#제주도 #고등어회 #성산 #그리운성산포

고등어회를 먹으러 간 곳은 그리운바다성산포였다.

2인 이상부터 주문 가능하다고 하여 2인분을 주문하였는데, 혼자 먹기에 딱 좋았다 ㅋ 

회맛은 좋았지만, 고등어회를 처음 먹었을 때 양념장을 찍어먹으며 기똥차게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처음 먹어봐서, 어렸어서, 그저 기억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저녁에는 플레이스 캠프의 스피닝 울프에서 제주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6일차 저녁에 한 참을 시간을 보낸 후 7일차 저녁에도 플레이스 캠프를 갔더니, 직원분들이 알아보시기 시작했다. 

어제도 오셨죠 =)

네,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 =)


  

  



#제주도 #갈치조림 #성산 #부촌

마지막날 점심은 갈치조림을 먹기로 했다. (스스로)

숙소 근처 맛나식당이 유명하지만, 대기표를 받아야되고, 현금을 선호한다고 하여 대안을 찾던 중에

그보다 훨씬 더 가까운 부촌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숙소에서 가는 방향은 식당의 화장실을 지나야했는데 바닥이 젖어 물이 튈까봐, 공기가 눅눅하여 냄새를 싣고 올까봐 급한 마음으로 지나갔다 >-< (반대 방향으로 가세요)


반찬은 많이 줬지만, 계속 손이 가도록 맛있는 것은 없었다. 

갈치조림을 처음 받았을 때는 흥분되었지만, 갈치 두 조각을 먹은 후 무가 가득한 바닥이 보이자 허망했다.

그래도 혼자 가서 일인분을 먹을 수 있었던 점, 미역국이 맛깔난 것은 좋았다.


  


마지막 날 아침 7시 비행기라 새벽에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야했는데, 

새벽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쳤다. 

번개와 천둥소리 때문에 한 숨도 못잤다. 

비행기가 결항될까봐 계속 조회해봤는데 예정대로 운항하는 모양이였다.

5시에 택시를 불렀고, (기사님이) 엄청난 폭우 속을 헤치며 공항에 도착했다.

무사히 7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 출근을 했는데, 나중에 기사를 보니 그 이후의 비행기는 결항된 것 같았다 ... ㅋ


팀 원 중 한 명은 내가 제주 여행을 하기 일주일 전에 제주 여행 계획이 있었는데 태풍으로 취소되었다.

내가 제주를 다녀온 후, 바로 다음 주에 또 다른 팀원이 제주 여행을 갔는데 계속 날씨가 흐렸다고 한다.

취소되었던 팀원은 10월 말이였던  지난 주! 다시 제주를 다녀왔다.

날씨가 정말 끝장나게 좋았다고 한다.


제주도는 너무너무 좋지만, 날씨가 변덕스럽고, 특히나 올해는 태풍이 많아서 운에 맡겨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비가 와도 좋았지만, 날씨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고, 그래서 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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